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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동의원 민자 떠나려다 「U턴」/「청와대 개입」정국 파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노 대통령 뒤늦게 알고 “가지말라”/민주­국민 “중립퇴색”공세/김 의원 국민당행 회견하려다 대구서 「강제귀경」
김복동의원의 민자당 탈당 번복과정에 노태우대통령의 적극개입 사실이 확인되면서 민주·국민당측이 노 대통령의 중립의지에 정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특히 민주·국민당은 이날 오전 청와대 회동에서 노 대통령의 직접해명을 요구하고 국회 본회의 소집을 요구했다.<관계기사 3,5면>
김 의원은 당초 17일 오후 자신의 대구 동갑지구당 사무실에서 민자당 탈당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이 사실을 뒤늦게 전해들은 노 대통령이 김 의원을 긴급히 불러 만류하는 바람에 이를 번복했다.
김 의원은 18일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자료를 내고 『국민당에 가려했던 것은 사실이나 국민들에게 좋지 않게 보일 것이란 가족들의 충정어린 권고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탈당 번복의사를 밝혔다.
김 의원은 『대통령이 경위를 알고싶어 하고 형(김익동경북대총장)을 비롯한 가족들 역시 우려를 표시해 상경한 것』이라고 납치소동을 해명했다.
청와대의 한 당국자는 노 대통령과의 조찬에서 『김 의원은 민자당을 탈당하려 했던 자신의 생각이 잘못된 것이었으며 민자당에 남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말했다.
당국자는 『김 의원이 어제 저녁 대구를 떠나 오전 1시 서울에 도착,형인 김익동경북대총장,동서인 금진호의원 등 친·인척과 함께 거취문제를 논의한 끝에 이처럼 마음을 정리,이날 노 대통령과 조찬을 함께 했다』고 전했다.
당국자는 『노 대통령이 정치에 관여하려는 것이 아니라 처남인 김 의원과 인척관계이므로 김 의원의 생각을 들어보기 위해 부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민주·국민당은 이번 사건을 노 대통령과 현승종 내각의 중립의지를 의심케 할만한 중대사건으로 간주,국회본회의에서 관련장관 출석하에 이 문제를 집중추궁키로 했다.
김대중민주당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를 소집,『현시국에서 제일 의문스러운 것이 노 정권의 중립성으로 상당히 걱정스러운 단계에 와있다』고 말하고 이번 사건은 『노 대통령의 중립성이 결정적으로 의혹을 갖게하는 만큼 노 대통령이 국민 앞에 직접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주영국민당대표는 이날 아침 당직자 회의에서 김 의원이 강제로 끌려간 현장에 경찰차가 있었음을 들어 『명백한 정부의 개입이며 국민당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국민당은 사건의 정확한 진상조사와 관련자의 엄벌을 현승종총리에게 요구했다. 이에 대해 민자당측은 김 의원의 가족일일뿐 정치적으로 문제삼을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대구=김선옥기자】 민자당 김복동의원(대구 동갑)이 민자당 탈당을 공식선언 하기 위해 17일 오후 7시30분쯤 경부고속도로를 통해 대구로 내려오던중 동대구 인터체인지에서 기관원으로 보이는 사복차림의 청년 20여명에게 에워싸인후 그랜저승용차에 태워져 서울쪽으로 되돌아갔다.
김 의원의 운전사 김진간씨(34)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20분쯤 김 의원과 수행비서 김진양씨(36) 등 3명이 함께 공항으로 가려다 민자당원들의 제지가 있을 것으로 보고 평소 타고다니던 승용차를 둔채 자신의 친척소유 서울 1느 1675 쏘나타승용차를 타고 서울을 출발,오후 7시30분쯤 동대구 톨게이트에 진입했다는 것. 이때 청년 20여명이 자신들의 차를 에워싼채 그중 1명이 다가와 『회장님을 우리가 모실테니 다른 사람들은 내려달라』면서 자신과 수행비서를 내리게 한뒤 김 의원을 대기시켜 놓았던 ×3175호 검은색 그랜저승용차에 태워 다시 동대구 톨게이트를 통해 서울쪽으로 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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