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컴, 인심 잃은 아내 탓 기사 작위 못 받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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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호 17면

데이비드 베컴(32ㆍ영국ㆍ사진 오른쪽)이 기사 작위를 받을 것이라는 소식이 들린 것은 지난해 10월이다. 영국의 데일리 익스프레스와 이브닝 스탠더드는 “토니 블레어 총리가 2007년 신년 하례회에서 기사 작위를 수여할 국가 공로자로 베컴을 추천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축구로 영국의 명예를 드높였고, 런던의 2012년 여름올림픽 유치를 위해 헌신했다는 것이 베컴의 공로다.

분위기로 봐서는 곧 작위를 받을 것 같다. ‘가디언’지는 지난 1일(한국시간) “작위 수여식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생일 기념식과 블레어 총리의 이임식이 끝난 뒤에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 베컴은 이름 앞에 경(Sir)이라는 호칭을 붙이게 된다. 그의 아내(사진 왼쪽)는 ‘레이디(Lady) 빅토리아 베컴’이 된다.

그런데 미국 쪽에서 불길한(?) 소식이 들린다. 로스앤젤레스(LA) 타임스는 16일자로 “영국 의회에서 베컴에 대한 작위 수여를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그러나 베컴이 미국 리그로 이적한 데 대해 비판이 있고, 빅토리아가 국민들로부터 반감을 사고 있어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빅토리아는 지난해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레이디 빅토리아로 불린다니 정말 환상적”이라며 기뻐했다. 하지만 빅토리아는 사치스러운 연예인이라는 인상 때문에 레이디라는 칭호를 쓰기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반론이 있다. 사실 빅토리아는 사치스럽기로 소문났다.

베컴은 4월 19일 아내의 생일잔치를 위해 20만 달러(약 1억9000만원)를 썼다. 마드리드에서 자가용 제트기를 타고 파리로 가서 하룻밤에 1000만원짜리 스위트룸에 짐을 푼 다음 쇼핑을 하고 만찬을 즐긴 뒤 새벽 4시에 마드리드로 돌아갔다. 빅토리아는 “별명이 괜히 포시(Posh)겠느냐”는 비아냥을 들었다. 포시는 ‘사치스럽다’는 뜻으로 경멸을 담은 말이다.

베컴에 대한 반대도 적잖다. ‘이브닝 스탠더드’는 작위 수여에 반대하는 관리들의 말을 인용, 베컴의 이적을 ‘세금을 피하기 위한 망명’이라고 지적했다. 짐 데번 의원은 “작위는 얼마나 비범한 삶을 살며 사회 전반에 공헌했느냐를 검토해 수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데번에 거주하는 콜린 리치는 ‘데일리 미러’지에 “공차는 기술밖에 없는 문신한 얼간이에게 작위를 수여하는 것은 시민들에 대한 모욕”이라는 글을 기고했다.
베컴의 대변인인 사이먼 올리베이라는 “작위 수여 문제는 현재 언론에 떠도는 소문일 뿐이다. 작위를 받는다면 대단히 명예스러운 일이지만 아직은 어떤 언질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베컴이 작위를 받는다면 축구선수로는 다섯 번째가 된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우승의 주역인 보비 찰턴ㆍ조프 허스트ㆍ보비 무어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Sir’ 칭호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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