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상선 기자의 새만금 이야기] 주인 없는 새만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주인 없는 새만금
새만금의 주인은 어민들이었다. 그러나 방조제 공사 시작과 함께 갯벌에 대한 주인은 어민에서 간척 공사를 하고 있는 농업기반공사측으로 넘어갔다. 공사측은 어민들의 생계문제를 들어 새만금에서 공사가 완료되는 시점까지 맨손어업을 허용했다.

그러나 실제적인 갯벌의 통제권이 없어지면서 한 때 새만금 갯벌은 무질서가 판치는 곳으로 변했다. 조개를 캘 수 있는 도구만 있으면 하루 4-5만원 벌이는 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전주, 광주, 충청도 등 인접에 사는 사람들까지 새만금으로 몰려들었다.

김제시 심포리에서는 일요일이면 마을 앞 전체 도로가 막힐 정도로 외지인들이 타고 온 자가용차들로 북적거렸다. 떼를 지어 몰려온 사람들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갯벌을 훑고 다녔다. 외지 사람들은 갯벌에서 처음 접해 보는 생태환경에 신기하기도 했을 것이고, 잡으면 돈이 된다는 생각에 무분별한 채취가 이뤄 진 것이다.

“잡을 것 안 잡을 것 가리지 않고 손에 잡히는 것은 모두 캐내면 갯벌은 순식간에 망가집니다. 갯벌에 사는 생물이 없으면 금 새 갯벌은 망가지고 오염돼 쓸모없는 곳으로 변합니다.

이를 보다 못한 거전 마을 어민들은 마을을 바리케이트로 봉쇄하고 외지 사람들의 접근을 막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궁여지책으로 마련한 보호책이었지만 해안가 전체를 막지는 못했다.

외지인들을 출입을 막는 것 외에 어민들의 고민은 또 있다. 갯벌에서 행해지고 있는 무분별한 남획이다.선박에 갈퀴와 그물을 달고 나타난 정체불명의 어선이 문제라고 한다. 이런 어선들은 앞으로 더 커야할 어린 조개류를 가리지도 않고 무엇이든지 닥치는 대로 잡아 올려, 갯벌의 황폐화와 가속화시키고 있다.

백합을 잡거나 동죽 그리고 바지락을 캐는 일은 모두 어민들의 손놀림에 의해 행해진다. 배를 이용한 싹쓸이는 그물에 걸려든 모든 종을 가리지 않고 잡아 올려 씨를 말리는 채취법이다.

그러나 이런 선박에 대해서도 전혀 손 쓸 수도 없는 입장이다. 배의 선주들이 모두 인근지역의 마을 사람으로 마을간 분쟁을 우려해 아예 모른 채 하는 실정이다.

어민들은 ‘먼저 잡아가는 사람이 임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덤벼드는 사람들을 볼 때 하루 라도 더 늦기 전에 갯벌의 주인으로 돌아가기를 갈망하고 있다.

사진.글 = 김상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