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 대선후보들 인신공격 백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클린턴은 내 애견보다도 외교 모르는 인물” 부시/“부시는 아침해 뜨는게 수탉덕분인줄 착각” 클린턴/“구멍가게 장사 잘했다고 백화점도 잘하나” 페로
『클린턴은 경제 문외한이자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기회주의자』(부시)
『부시는 변덕스럽고 믿을 수 없는 실패한 대통령』(클린턴)
부시·클린턴·페로 세 후보들간의 상호비방전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미국대통령선거를 하루 앞둔 2일 막판까지도 각 진영 선거전에서 서로 물고 물리는 「말잔치」가 이번 선거열풍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무엇보다도 「말잔치」의 극성을 고조시킨 것은 상대후보에 대한 인신공격과 정책비난.
부시는 선거운동기간중 줄곧 『클린턴은 밀리(부시의 애견)보다도 외교를 더 모르는 사람』이라며 개와 비교하여 클린턴을 격하시켰다.
외교활동경험이 전혀 없는 클린턴의 약점을 꼬집는 동시에 자신의 풍부한 대외활동을 반증시켜주는 표현으로 즐겨 애용한 표현이었다.
부시는 또 TV토론과 유세장에서 클린턴에 대한 비방으로 『중도를 가장한 진보주의자』『작은 주의 실패한 주지자』『세금을 올릴 공급경제의 신봉자』로 몰아붙이며 『만일 클린턴이 집권하면 전통적으로 지출이 많았던 민주당정부의 복사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시는 앨 고어 민주당부통령후보에 대해서는 『무뢰한』『오존맨』(고어가 환경주의자임을 빗댄 말)이라고 혹평했는가 하면 부시를 지지하는 한 기독교단체는 『인공유산·동성연애자의 권리,학교에서의 콘돔배부 등을 지지하는 클린턴에게 표를 주는 것은 악의 편에 서는 것』이라고 원색적인 비방까지 서슴지 않았다.
페로에 대해서는 측근들을 통해 『페로의 과대망상증에는 끝이 없다』(말린 피츠워터 백악관대변인)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 워싱턴 정가의 문외한』(퀘일부통령)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는가 하면 『괴짜』『그 사람처럼 자기 키보다 양쪽 귀끝사이 폭이 더 긴 사람은 없을 것』(토리 클라크 선거운동본부대변인)이라며 신체적 약점까지 들먹였다.
클린턴은 『부시는 재임 52개월동안 미국경제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장본인』이라며 『이번 선거는 귀족과 독재자와 민주주의자 세 후보의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TV토론에서도 부시가 외교경험이 없는 자신의 약점을 은근히 들추자 『부시가 4년 더 기회를 달라는데 12년(부통령 재임기간 포함)간에도 못한 일을 4년만에 할 수 있나』라고 꼬집었다.
클린턴의 러닝메이트 고어상원의원은 『베를린장벽 철폐를 부시대통령의 공으로 돌리는 것은 마치 아침에 해가 뜨는 것을 수탉덕택이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비유적 표현으로 부시의 외교정책을 평가절하했다.
한 참모는 페로에 대해 『이번 대선경쟁에 무임승차했다』고 비난했다.
이번 TV토론에서 토론전문가들에 의해 부시가 『영락없는 절름발이』라는 혹평을 받은데 비해 『기대수준을 넘었다』는 평가를 받은 페로는 부시가 다른 후보들이 경험하지 못한 현직대통령으로서의 경험을 내세우자 『나는 4조달러의 연방 재정적자를 낸 경험이 없다』고 응수,부시의 일격을 가하는 재치를 발휘했다.
페로는 또 클린턴이 내세우는 아칸소주의 경제실적을 꼬집어 『구멍가게를 잘 운영했다 하여 전국적인 백화점그룹을 잘 운영하라는 법은 없다』고 일축했다.
인신공격으로 인한 자기변명에서도 유권자들의 실소를 자아냈는데 마리화나공방으로 곤욕을 치렀던 클린턴은 『이 나라의 법률을 위반한 적이 없다』→『피우긴 했으나 영국에서 그것도 한두번 뿐이었다』→『그러나 연기는 마시지 않았다』고 해 두고두고 얘깃거리가 되기도 했다.
부논쟁에서는 『미국의 빈부격차가 날로 심화되고 있다』는 클린턴의 공세에 부시는 『오늘의 부자는 대부분 자수성가한 사람으로 어제의 부자와 다르다』고 했고 부호 페로는 『나야말로 전형적인 중산층이자 떳떳하게 돈을 모은 기업가』라고 해명했다.<정선구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