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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선거 없인 재도약 없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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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민손에 달린 민주주의 정착 마지막 기회
올해 대통령선거는 어떤 사람을 뽑느냐하는 것 이상으로 어떻게 뽑느냐 하는 것이 극히 중요하다. 깨끗하고 공명한 선거냐,다시 불법·타락이 판치는 선거냐에 따라 90년대의 국운이 갈린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공명선거를 해낸다면 거기서 탄생할 안정된 민주정부를 중심으로 우리는 다시 국력을 모으고 국민을 통합해 90년대의 재도약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타락과 탈법·부정의 선거판이 되면 정당성을 의심받는 약체정권의 등장으로 극심한 정쟁,나라의 사분오열현상이 초래돼 우리의 90년대는 떠내려가고 말 것이다.
○90년대 국운 걸린 선거
따라서 「깨끗하고 공명한 대선」은 선거철이면 으레 나오는 구호나 수사로 흘려버릴 수 없는 우리의 사활적 문제라고 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번 대선이야말로 타락·탈법·부정으로 얼룩진 부끄러운 선거사에 종지부를 찍는 일대 선거혁명의 실천장이 돼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보기에 이번 대선은 깨끗하고 공명한 선거가 될 몇가지 좋은 조건이 갖춰져 있다. 다 알다시피 우리 선거의 양대고질이 「관권」과 「금권」인데 대통령의 당적이탈과 중립내각의 등장,군·경·안기부 등의 잇따른 중립결의 등으로 관권문제만은 획기적 개선을 기대할만한 분위기가 됐다. 또 높아진 국민의식 수준과 함께 지난번 총선때의 연기군 관권선거 개입사건 등으로 인해 선거에 대한 국민의 감각도 극도로 민감해져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좋은 조건에도 불구하고 정당과 후보들때문에 공명선거를 낙관할 수 없다. 사회 각 분야가 다 변하고 정부까지 중립선회를 했는데도 정당과 후보들만은 구태의연하다. 이들은 벌써부터 사실상 지방유세를 벌이고 온갖 방법으로 유권자를 직접 접촉하며 각종 단체와 직능대표들을 상대로 간담회다,대화다 하여 연일 불법적인 사전선거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선관위의 경고까지 받고도 탈법적 사전운동을 멈추지 않는다.
우리는 특히 이번 대선전이 금권대결이 될 가능성을 크게 우려한다. 벌써 각 정당이 돈쓰는 규모를 보면 엄청나다. 1억원짜리 유세용 버스에 1억5천만원짜리 축제에다 수천만원씩은 예사로 드는 필승대회·전진대회 등이 전국 도처에서 연일 벌어진다. 당조직을 통한 대규모 자금살포가 벌써 시작됐고 각당의 이른바 정책광고 등을 보면 앞으로 과연 얼마나 돈을 쏟아부을지 알 길이 없다.
○벌써 불안한 과열조짐
이같은 정당들의 행태로 선거전은 벌써 조기과열 양상을 보이고 이대로 가다간 다시 「깨끗하고 공명한 선거」는 공염불이 안될까 불안을 씻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각 정당·정부·유권자 모두 선거양상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공명선거라는 양보할 수 없는 목표달성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본다.
우리는 먼저 후보와 정당의 자제를 촉구한다. 지금처럼 노골적인 사전운동·탈법운동은 즉각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돈을 좀 적게 써야 할 것이다. 법정 비용한도를 지키라고 우리도 요구하진 않지만 향응·금품제공·관광·산업시찰·호화판 행사·일당 청중동원 따위의 막대한 돈을 쏟아붓는 타락한 운동방식은 그만 둘때가 됐다.
또 한가지 경계할 일은 지역감정의 동원이다. 어차피 지역별 표흐름은 예견되지만 후보와 정당들이 지역갈등이란 민족적 불행을 또 자극한다면 역사와 민족에 큰 죄를 짓는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는 중립정부에 촉구한다. 모든 불법선거운동에 대해 단호한 법집행을 해야 한다. 중립정부의 존재이유가 공명선거에 있는 만큼 어느 당의 누구라도 위법이 있을땐 과감히 적발,사법처리를 해야 정부도 살고 선거도 산다. 이런 단호한 법집행으로 어느 정도 정국긴장이 오더라도 불가피하다.
○선거혁명 꼭 이룩하자
끝으로,유권자도 할 몫이 있다. 우리 국민은 허다한 경험을 통해 정당과 후보들이 어떻게 정도아닌 사술로 표를 낚으려 하는지 이미 대충 알고 있다. 관권·금권에 흔들림없이 자기들의 상투끝에 국민이 올라앉아 있다는 것을 정당과 후보들이 알게 해주는 자세로 선거감시·부정고발 등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공명선거는 우리의 90년대를 가를 사활적 문제다. 이번에는 기필코 선거혁명을 이뤄야 한다. 중앙일보는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해 여기에 적극 앞장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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