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민주당 일부, 국민중심당 일부와 함께 할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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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대선 후보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한나라당의 집권을 바라지 않는 세력의 공격이 너무 빠르고 강하다"며 "정권교체를 위해 '대한민국 선진화 추진회의(가칭)'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사전 교감설은 부인했지만 "호남 중심의 민주당 일부, 국민중심당 일부 세력도 함께 한다면 좋다"고 했다. 정권 교체를 위해서라면 범여권 일부 세력과도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의미다.

박근혜 전 대표 측이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BBK 연루설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완벽한 진술과 증거가 있다"며 "더 이상 공세가 없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자신의 대표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관련 논란에 대해서는 "미래의 경제 효과는 이루 말로 할 수 없고, 마실 물도 맑게 한다"며 "전문가들과 협의하고 국민 동의를 얻은 후에 정책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전 시장과의 일문일답.

- 박 전 대표 측이 제기한 BBK(투자자문회사) 연루설에 대해 확실히 밝혀달라.

"전혀 관계가 없다. 국회의원들이 면책 특권이 있다고 함부로 정치 공세를 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김경준씨가 BBK를 설립할 당시 나는 외국에 있었다. 유능한 금융인이라는 평을 듣고 함께 금융회사를 차렸지만 문제가 있어서 중도에 포기했다. 그 후 그분이 여러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BBK 주식을 가지고 있는 지는 국세청에 알아보면 된다. 검찰과 금감원 조사 기록도 있다. 완벽한 진술과 증거가 있으므로 더 이상의 공세는 없길 바란다."

- 대표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 현실성과 실효성, 환경 문제 등 여러 논란이 일고 있다. 대운하 관련 공작을 주장했는데 근거는. 국민들이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중도 포기 가능성은.

"과거 경부고속도로를 만들 때도 전문가 그룹과 정치권에서 무슨 경제성이 있느냐며 결사 반대했다. 그런데 결과가 어떤가. 대운하의 미래 경제 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대한민국은 2020년이면 물부족 국가가 된다. 거창한 얘기를 하기 이전에 대운하는 국민들의 마실 물도 맑게 한다. 이미 영산강.낙동강은 수질이 계속 오염되고 있다. 이젠 공업용수로 쓰기도 어렵다. 운하만이 해결할 수 있다. 물 부족한 낙동강은 홍수기에 홍수를 조절하고, 갈수기에 물을 공급한다. 수질을 더 좋게 하고 수량을 보존, 환경을 보전하는 게 명확한 것이다. 전문가들과 협의해서 국민의 동의를 얻은 후 경제.환경적 효과가 복합된 국가 정책으로 추진하겠다."

- 캠프 내에서 박 전 대표의 구체적 사항을 공개해 검증하자는 목소리가 있는 것으로 안다.

"최후 목표는 경선이 아니라 대선이다. 경선을 성공적으로 치러서 모든 후보들과 힘을 모아 본선에서 이기자는 것이다. 경선에서 지나치게 무리한 검증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옆에 계신 분들에게 우리 스스로 검증을 요구하지 말자는 원칙을 얘기해 왔고 현재까지 지키고 있다. 그러나 후보가 되면 누구나 엄중한 검증을 받고 협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 검증위가 성공적으로 검증하도록 협조할 것이다."

- '대한민국 선진화 추진회의' 구성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세력을 염두에 둔 것인가.

"정권 교체를 바라고, 시장경제 원리와 자유민주주의 원칙을 지키고자 하는 모든 정치세력과 시민단체와 함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한나라당의 정권교체를 저지하려는 여러 세력이 있다. 당장 북쪽과 우리의 대통령이 그렇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정권 교체를 바라고, 시장경제.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정치세력과 시민단체가 함께 해야 한다. 시간을 늦출 수가 없다. 상대 공격이 너무 빠르고 강하다. 경선 이전에라도 세력을 규합해야 한다. 호남 중심의 민주당 일부, 국민중심당 일부 세력도 함께 한다면 좋다. 그러나 사전 협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박연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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