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사관리 문제많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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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공사를 둘러싼 잡음은 해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조달·입찰과정에서 반드시 지켜져야 할 비밀이 사전에 누설되거나,또는 업자들간의 담합에 의해 낙찰자가 결정되는 일이 잦아진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이러한 석연치 못한 문제들에 대해서 정부는 감사활동을 어떻게 진행시켜 왔는지,또 감사에서 나온 개선대책이 행정에 제대로 반영되고나 있는지 명백히 밝힐 필요가 있다.
특히 충남도의 경우 지난 3·24총선당시 한준수 전 연기군수에게 건네준 자기앞수표의 발행처로 알려진 대아건설이 최근 4년동안 충남도발주 관급공사의 낙찰률 99%를 기록했다는 국정감사에서의 지적은 세상에 이런 일도 있을 수 있는가 하는 의아심을 갖게 한다. 서울시 등이 관련법규를 개정해 가면서 (주)건영에 조합주택아파트 건립을 허용하는 등 여러가지 특혜를 주었다는 일부 의원들의 주장은 아직도 각종 건설공사의 낙찰 및 허가 과정이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음을 명백히 드러내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공사가 빚어내고 있는 갖가지 의혹의 처리과정을 보면 피상적인 제도의 개선에만 치우쳤지 실제 운용에 있어 공정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조달청이나 도로공사가 발주한 일정규모 이상의 대규모 시설공사 등은 현행 예산회계법에 따라 제한경쟁 방식에 의해 낙찰자를 결정할 수 있고,또 일반공사라 하더라도 몇차례 이상 유찰되면 수의계약에 의해 업자를 선정할 수 있는 근거는 있다. 수의계약 건수가 많다고 해서 그 자체를 부정과 비리가 개입된 것으로 간주할 일은 아니나 계약이 체결되기까지의 과정에서 정보의 유출과 업자들의 공공연한 담합이 있었다는 의혹은 늘 뒤따랐다.
공사를 에워싼 부조리를 없애기 위해 정부는 최근 예산회계법 시행령을 고쳐 경쟁입찰의 경우 내년부터 저가심의제를 폐지하고 예정가격 이하로 가장 낮게 입찰한 자를 뽑는 최저가 낙찰제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예고했다. 예정가격을 알아내기 위해 공무원 상대 로비와 결탁은 상례화되어 있다. 그러나 정부는 비리가 발생할 때마다 그에 대한 개선대책이랍시고 낙찰제도를 제한적 평균가 낙찰제,또는 저가심의제에서 최저가 낙찰제로 계속 바꿔왔다. 결과는 제도만 바꾼다도 해서 비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었을 뿐이다.
입찰에 관한 각종 규제와 절차가 완화되는 것을 계기로 정부가 공정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운용의 묘를 살리지 못한다면 부정척결의 의지는 백년하청격이 된다. 건설시장개방을 앞두고 이런 정책에 소홀하다간 우리나라는 불공정국가로 낙인 찍히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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