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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않고 질문하는 의원님/이상일 정치부기자(국감 현장에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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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부고속전철·영종도 신공항 건설 등 국책사업을 도마위에 올린 21일 국회 교체위의 교통부 감사는 의원들이 기초정보도 챙기지 않고 무작정 덤비는 바람에 하루종일 겉돌기만 했다.
질의에 나선 의원 11명은 경부고속전철의 투자우선순위·재원조달·차량선정문제,영종도공항의 입지선정문제 등을 집중 거론했다.
의원들은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같이 문제많은 대형사업을 대통령 임기말에 조급히 착수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고 따지고 사업의 백지화 및 전면재검토 또는 연기를 요구했다. 특히 민주·국민당 의원들은 『이들 사업과 관련해 국내외 특정기업의 로비가 먹혀든 것이 거의 확실하며 따라서 정치자금도 오갔을 것』이라고 공세를 폈다.
정부측은 이에 대해 『고속전철과 신공항은 2000년대에 대비한 백년대계 사업인 만큼 적극 추진하겠으며 정치자금수수설은 전혀 근거없는 소문』이라고 당당하게 반박했다.
이처럼 이날 국감은 가장 근본적인 것에 서로 이해가 안돼 갑론을박하고 있다』(강삼재의원·민자)는 푸념이 나올 정도로 아귀가 맞지 않았다. 이렇게 된데는 무엇보다 의원들의 책임이 컸다.
예컨대 질의한 의원들 모두가 오는 30일 영종도공항 입찰이 완료되고 내달중 착공된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모른채 사업의 재검토나 차기정권 이양을 주장했다. 정부측이 답변도중 사실을 밝히자 의원들은 화들짝 놀라 『그 무슨 소리냐. 국회에 보고도 않고 맘대로 공사를 시작하느냐』『돈(예산) 안줄테니 잘해보라』고 호통쳤다.
그러나 교통부는 국감전에 열린 상임위 소관부처별 업무현황보고에서 이미 이 내용을 보고했으며 의원들에게 자료도 제출했다.
또 입찰실시 및 공사착공 사실은 언론에도 보도됐고 지난달 24일 3개공구에 토목건설 면허소지업체 도급순위 78위까지 입찰받는다는 입찰공고도 나갔다.
대형 의혹사업이라면 「빠끔이」처럼 철저히 파고들어 공부해도 벅찰텐데 이미 보고된 기본 사안마저 머리속에 넣지않고 덤벼들었으니 「선무당이 장구만 탓하는」 격이 됐다.
정부측이 오죽 답답했으면 『수차에 걸쳐 사업진행 내용을 보고하지 않았느냐』고 핀잔을 주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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