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발언 공방…野 "사전선거운동" 與 "사적발언 트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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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이 24일 서민생활 현장을 시찰하기 위해 서울 문래동 ‘쪽방촌’을 방문해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노무현 대통령의 '민주당을 찍으면 한나라당을 돕는 꼴'이란 발언에 대한 공방이 확산되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25일 "명백한 사전선거운동"이라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에 대해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사적 발언을 트집잡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나라당=최병렬 대표는 노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이는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자 사전선거운동"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날 박진 대변인을 통해 "노 대통령의 발언은 한 나라의 대통령임을 망각한 막가파식 발언으로, 모든 국력을 소모해서라도 내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지원하기 위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최 대표는 이어 "중앙선관위에 대통령의 불법행위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구키로 했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내년 총선으로 가면 타이타닉호와 비슷한 모습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선거에서 중립을 지켜야 할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제1당에 대해 타이타닉호 운운하며 도를 지나친 공격과 비난을 서슴지 않고 있다"며 "정치도의를 완전히 저버린 비이성적이고 비도덕적 발언에 대해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노 대통령의 언급은 내년 총선을 '한나라당 대 열린우리당'의 맞대결 구도로 만들어 민주당을 '호남 자민련'으로 만들겠다는 여권의 의중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는게 민주당의 판단이다.

민주당은 노 대통령 발언이 사전선거운동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대한 법률검토작업에 착수했으며, 26일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노 대통령에 대한 중앙선관위 고발여부를 최종 결정지을 방침이어서 주목된다.

조순형 대표는 "대통령의 발언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면서 "내일 회의에서 고발여부 등을 포함해 당의 대응방향을 결정짓겠다"고 말했다.

장전형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통령 못해먹겠다, 10분의 1발언, 시민혁명 발언에 이어 급기야는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당을 향해 배신의 본색을 드러냈다"며 "노무현 신당인 배신당을 찍으면 나라가 망한다"고 노 대통령의 언급을 되받았다.

한편 자민련 유운영 대변인은 논평에서 "노 대통령과 청와대는 대통령의 몰이성적이고 비정상적인 발언이 실수이든 의도적이든 간에 국민에게 불안을 주고 국정을 혼란케 했다는 사실에 직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청와대는 야당의 비난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데 대해 "사적 발언에 불과하다"며 대응을 삼갔다. 청와대는 우선 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청와대를 떠나는 전직 비서관 및 행정관을 격려하는 비공개 오찬 자리에서 나온 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윤태영 대변인은 "사적인 비공개 송별 오찬에서의 발언을 갖고 선거운동, 선거법 위반 운운하는 것은 그야말로 생트집"이라며 "대외적 의사표명도 아닌 사적 발언을 갖고 시비를 거는 트집정치를 중단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윤 대변인은 또 "가족들과의 대화도 시비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하면서 "어떤 자리에서, 어떤 취지로 이야기했는 지가 중요하다"며 의도적 발언이 아님을 강조했다.

◇열린우리당=열린우리당도 야당의 공세에 대해 트집잡기라고 맞받아치며 역풍 차단에 주력했다.

이재정 총무위원장은 "식사하면서 안주거리로 한 말에 정치적 의미를 크게 두는것 자체가 구태정치적 발상"이라며 "노 대통령은 출마자들에게 지역주의 탈피를 위한 새로운 각오를 강력히 주문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신기남 의원은 "한나라당 찍으면 민주당과 우리당에 불리하다는 것은 당연한 논리"라며 "열린우리당으로 입당키로 돼있는 노 대통령이 사석에서 총선 출마자들한테 그런 말도 못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당내에선 노 대통령의 발언이 결과론적으로 호남민심을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잃을 게 없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디지털뉴스센터,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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