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집중해부] ‘세계 최초’ 위성DMB 어디로 가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 3월 순가입자 고작 2만 명 … 4년간 누적적자 2,000억 원
■ 지상파 재전송 문제 2년째 난항
■ 유료정책 포기? 차량용 DMB 진출하며 무료 마케팅 개시

▶최근 삼성전자가 출시한 듀얼폰. 위성DMB와 지상파DMB를 모두 시청할 수 있다.
(작은 사진)적도 3만6,000km 상공에 떠 있는 TU미디어의 DMB용 위성 ‘한별’

월간중앙2005년 ‘세계 최초’ 방송과 통신의 결합이라는 찬사 속에 탄생한 위성DMB사업. 그러나 개국 2년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가입자는 정체인 데 반해 초고속 동영상 서비스를 핵심으로 하는 3G 이동통신이 뒤를 바짝 쫓아오고 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5월1일, 위성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사업자인 TU미디어 사무실. 개국 2주년 돌날이었지만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었다. 지난해 같은 날 서영길 사장 등 임직원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위성DMB 개국 1주년을 자축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손 안의 TV’ 시대의 개막을 알리며 화려하게 출범한 위성DMB는 현재 사면초가다. 가입자 증가율은 기대치를 밑돌고, 활성화의 실마리가 될 것으로 여겼던 지상파 방송의 재송신은 공전을 거듭하는 탓이다.

지난 3월 말까지 누적 가입자는 113만 명. 지난해 11월 요금 인하라는 초강수에 힘입어 간신히 100만 명 고지를 넘기는 했지만 손익분기점인 300만 명에는 한참 못 미친다. ‘세계 최초의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월 가입자는 지난해 11월 9만8,000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래 계속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더구나 지난 3월 순가입자가 2만 명에 불과해 직원들마저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다. 영업일수가 적었던 2월보다 훨씬 적은 수치였기 때문이다.

TU미디어는 지난 3월 중순 위성DMB와 지상파DMB를 함께 볼 수 있는 차량용 통합 단말기를 출시하며 내심 대 반전을 노렸다. 지상파DMB에 비해 콘텐츠가 다양하고, 전국 어디서나 수신할 수 있는 위성DMB와 무료라는 강점을 지닌 지상파DMB를 하나의 단말기로 볼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의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기대였다.

월 이용료도 이동통신보다 저렴한 7,000원, 지난 4월 말까지는 가입비마저 면제해준 파격적 조건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빗나갔다.

지난 2년간 TU미디어가 위성DMB사업에 쏟아부은 돈은 총 2,900억 원. 모기업인 SK텔레콤도 위성과 TU미디어 지분 등에 약 2,000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투자를 했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아니, 위성DMB에 미래는 있는 것일까?

SK텔레콤이 위성DMB사업을 구상한 것은 2001년이었다. 포화상태에 이른 휴대전화시장을 대체할 만한 신규사업을 찾던 중이었다. 당시 회사 차원에서 검토했던 사업은 총 10여 개. 이 중 SK텔레콤이 최종적으로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은 위성DMB사업 딱 하나였다. 궁극적으로 통신과 방송이 융합되는 세상이 올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위성DMB의 빗나간 시장 예측

위성DMB사업에 SK텔레콤보다 한발 앞서 눈을 돌린 나라는 일본이다. 그러나 일본은 휴대전화로 위성DMB를 보는 것이 기술적으로나 시장성을 보나 어렵다고 판단해 처음부터 독자적인 단말기를 통한 위성DMB 서비스의 길을 걸었다.

차량용 이동TV가 대표적 예다. 반면 SK텔레콤은 통신회사인 만큼 위성DMB의 시장성을 통신과의 결합에서 찾았다. 진정한 ‘내 손 안의 TV’가 되기 위해서는 휴대전화와의 융합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SK텔레콤은 위성DMB사업을 신규사업으로 확정짓기까지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우선 위성을 제조·발사하는 데만 수천억 원의 투자비를 쏟아부어야 하는 부담을 이기기 힘들었다. 이 회사가 위성DMB를 신규사업으로 확정한 뒤에도 사업성에 대한 의구심을 계속 제기한 것은 이 때문이었다.

SK텔레콤이 이미 시장화에 성공한 무선 인터넷 서비스인 네이트(NATE)·준(June)과 위성DMB가 충돌하는 것도 문제였다. 그럼에도 SK텔레콤은 위성DMB사업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우리가 안 하면 누군가가 먼저 할지 모른다’는 강박관념 때문이었다. 기술적으로 구현 가능한 블루오션을 버리기에는 아까웠던 것이다.

그러나 사업 시작 전부터 TU미디어가 예상했던 시장상황은 빗나가기 시작했다. 애초 SK텔레콤은 위성DMB 서비스 시작 이후 지상파DMB가 상용화될 때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가입자를 먼저 확보해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정작 늦춰진 것은 위성DMB 서비스였다. 방송통신법 개정에 발목이 잡혀 애초 2005년 1월 상용화를 목표로 했던 것이 5개월이나 지연됐던 것. 반면 지상파DMB는 예상보다 빠른 2005년 12월 서비스에 돌입했다.

뿐만 아니라 애초 지상파DMB 역시 유료 서비스로 갈 것이라는 예측조차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TU미디어가 개국을 준비할 당시까지만 해도 지상파DMB 역시 월 2,000~3,000원 수준의 이용료를 받는다는 것이 대세였다. 그러나 지상파DMB가 무료 서비스로 방향을 정하면서 위성DMB 대 지상파DMB의 경쟁은 유료 서비스 대 무료 서비스라는 경쟁으로 바뀌고 말았다.

▶지상파DMB와 위성DMB, 내비게이션까지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차량용 단말기.

“심판이 불공정했다”

TU미디어가 그래도 마지막까지 믿었던 무기는 채널의 다양성이었다. 애초 정부는 12번 채널 한 개만 할당해 지상파DMB에 3개 사업자만 선정한다는 방침이었다. 이에 반해 비디오 7개 채널, 오디오 20개 채널로 시작한 위성DMB는 지상파DMB에 비해 볼거리가 많은 만큼 ‘유료 대 무료’의 싸움이어도 어느 정도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지상파DMB 12번 채널 외 8번 채널을 더 할당해 지상파 사업자로 6개사를 선정하며 ‘채널의 다양성’이라는 위성DMB의 비교우위도 빛을 잃게 됐다.

“정부가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지상파DMB를 밀어줄지 몰랐던 것이죠.”

허재영 TU미디어 홍보팀장의 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TU미디어의 발목을 잡은 것은 지상파 재전송 서비스 문제다. 현재 위성DMB에서는 국내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 지상파 프로그램을 실시간으로 시청하지 못한다. 지상파DMB사업자로 참여한 지상파 방송국이 이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스카이라이프가 출범 초기 3년간 지상파 방송을 재전송하지 못해 고전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무늬만 ‘손 안의 TV’라는 비아냥이 나올 만하다.

“자체 프로그램을 만든다고는 하지만 지상파 프로그램만큼 시청자 흡인력이 있는 콘텐츠는 없습니다. IPTV를 비롯한 모든 뉴미디어가 지상파 재전송에 목을 매는 이유죠.”

강순규 TU미디어 상무는 “지상파 재전송과 관련해 본방송 1년 전에 이미 MOU를 교환했기 때문에 이렇게 오랫동안 해결되지 못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최근 삼성전자가 위성DMB와 지상파DMB를 모두 수신할 수 있는 ‘듀얼폰’을 출시하자 일각에서는 TU미디어가 지상파 재전송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흘러나왔다. 이에 대해 강 상무는 “절대 그런 것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시청자의 볼거리 충족을 위해 듀얼폰을 출시하지만, 이와 별도로 지상파 재전송을 위한 협상은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는 것이다. 그는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위성DMB와 지상파DMB는 보완재가 아니라 대체재 관계다. 한쪽이 살면 다른 한쪽은 죽을 수밖에 없다. 지상파DMB사업자로 참여한 방송국들이 기를 쓰고 지상파 재전송을 막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 위성DMB사업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은 지상파DMB에 편중된 정부의 정책이다. 최근 정보통신부는 ‘지상파DMB는 이용료를 받지 않는 공공 서비스’라는 이유로 ‘지상파DMB 활성화 정책’을 내놓으며 지상파DMB사업을 밀어주고 있다.

대표적 사례는 6월1일 시작되는 지상파DMB 전국방송을 계기로 지상파DMB사업자에 대해 무선 중계기 검사 수수료를 면제해 주기로 한 것. 지상파DMB사업자들은 전국 2,000여 중계기 검사 수수료 20억 원을 절약할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정통부는 지상파DMB 프로그램에는 중간광고가 들어갈 수 있도록 사업자 대신 직접 나서서 방송위원회와 협의하고, 하반기에는 우정사업본부의 금융상품 광고까지 지원해 준다는 방침도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출시한 듀얼DMB폰.

차량용 DMB ‘TU Ride ON’이 마지막 희망

이와 반대로 위성DMB사업자인 TU미디어는 지상파DMB사업자가 전혀 내지 않는 전파 사용료와 주파수 할당 대가를 매년 수십억 원씩 지급하고 있다. 또 중계기 검사 수수료도 지상파DMB사업자는 9월부터 면제되지만 위성DMB사업자는 3년마다 17억 원씩 납부해야 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 방송위원회는 지상파DMB의 직접사용채널 제한을 완화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상파DMB 개국 당시 라디오 채널을 직접 운영하지 않기로 하고 사업권을 획득했던 KBS를 도와주기 위한 것이다.

반면, 지난 3월 CJ홈쇼핑과 손잡고 세계 최초로 위성DMB에 기반한 ‘폰쇼핑’ 서비스를 시작한 TU미디어의 ‘DMB쇼핑을 위한 맞춤편성을 허용해 달라’는 요청에 대해서는 단호히 안 된다는 입장이다. 폰쇼핑은 시청자가 모바일 DMB로 물건을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다.

문제는 현 방송법상 TU미디어는 위성DMB에서 CJ홈쇼핑의 홈쇼핑 방송을 할 수 있지만 구성을 변경하거나 별도의 콘텐츠를 내보내는 편성을 할 수 없다는 것. 기존 방송과 동일한 내용의 재송신만 할 수 있다는 법규에 따른 것이다.

TV홈쇼핑과 위성DMB의 주요 시청자층은 다르다. TV홈쇼핑의 주요 타깃 고객은 30∼40대 여성인 데 반해, 위성DMB는 고객 중 20∼30대 시청자가 전체의 60% 이상이며, 특히 남성 시청자 비중이 65%다. 팔리는 상품이 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TU미디어가 ‘DMB쇼핑을 위한 맞춤편성’을 허용해 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바로 여기에 근거한다.

서비스의 플랫폼이 다른 만큼 법과 제도도 그에 맞게 수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방송위원회는 한 사업자가 동일한 편성 내용을 동시에 여러 채널을 통해 방송해야만 동일 채널로 계산한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허재영 TU미디어 홍보팀장은 “지상파DMB와 비교해 눈에 띄게 차별적인 정책”이라며 “공정하게 심판을 서야 할 정부가 너무 일방적으로 지상파DMB 편을 들어주고 있다”고 불만을 토한다. 정부의 편파정책으로 인해 그렇지 않아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위성DMB의 경쟁력이 더 떨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TU미디어는 지난 3월 극약처방으로 내놓은 차량용 DMB ‘TU Ride ON’ 서비스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차량용 단말기로 지상파DMB와 위성DMB, 내비게이션까지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TU Ride ON’ 단말기 구입자에게는 3년 동안 위성DMB 채널을 무료로 서비스한다는 방침이다.

무료인 지상파DMB가 99%의 점유율로 DMB 내비게이션 시장을 평정한 데 따른 고육지책이다. 그렇지 않아도 유료 고객 유치가 힘든 상황에서 ‘3년간 무료’라는 무리수를 둔 이유는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다.

강순규 상무는 “무엇보다 현재는 가입자를 늘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위성DMB 서비스를 한 번이라도 이용해 본 사람의 수를 늘려, 구전효과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통신사업은 늘 처음에는 소수의 사람만 이용하는 부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급성장해 국민 모두 이용하는 보편적 서비스로 정착돼 왔죠. 위성DMB사업도 비슷하게 가리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위성DMB가 선택재이지만, 머지않아 보편재가 되리라고 기대합니다.”

미니 인터뷰/강순규 TU미디어 상무

“마라톤이 아니라 철인3종 경기를 뛰는 기분”

강순규(55) TU미디어 상무는 “흔히 이동통신사업을 두고 마라톤 경주라고 하는데, 위성DMB사업은 철인3종 경기를 뛰는 심정”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는 “올 1분기 시장 상황이 좋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일시적 시장 부침에 좌우되면 이런 사업은 못 한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분명 미래는 밝다”고 강조했다.

― 위성DMB 방송 두 돌을 평가하면?
“2005년 세계 최초로 모바일TV의 시대를 열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올해 들어 외부 요인으로 인해 가입자 증가율이 예상보다 미진한 부분이 있지만, 유럽 쪽의 전망은 좋은 편이다. 최근 국내 시장의 부진도 장기적으로 보면 큰 문제가 아니다. 지금은 보편적 서비스가 된 인터넷도 초기 몇 년간은 이용자를 확보하느라 고전했다. 위성DMB사업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가입자만 어느 정도 확보되면 미래가 있는 사업이다.”

― 예상보다 가입자가 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무료 서비스에 익숙한 고객들에게 유료 서비스를 파는 것이 쉽지는 않다. 위성DMB 서비스는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지상파 재전송이 지연되는 것이 결정적이라고 본다.”

― 너무 지상파 재전송 문제에만 매달리는 것은 아닌가? 또 지상파 재전송 문제가 이렇게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을 것을 예측하지 못했나?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만들고는 있지만, 지상파 프로그램만큼 흡인력 있는 콘텐츠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 본방송 1년 전 지상파 재전송 관련 MOU를 교환했기 때문에 이 같은 상황은 솔직히 예측하지 못했다.”

― 위성DMB 서비스가 고전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위성DMB는 통신사업이기 이전에 방송사업이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너무 많이 얽혀 있다. 또 매체에 비해 시장이 너무 작다. IPTV나 인터넷 포털이 전부 우리 경쟁자다. 지상파DMB에 대한 정부의 편파적인 정책도 문제다. 동일 서비스 사업자에 대해서는 동일 규제를 해야 하는데, 지상파사업자에는 면제해 주는 전파 수수료 등을 우리는 꼬박꼬박 다 내야 한다. 그런 비용부담도 만만치 않다.”

― 현재의 시장 침체를 타개하기 위한 대안이 있나?
“방송 품질은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콘텐츠를 보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노력은 꾸준히 진행 중이다. 개국 당시 비디오 7개, 오디오 15개 채널이었던 것이 현재 비디오 채널 15개, 오디오 채널 19개 등 총 35개 채널로 늘었다. 채널 수뿐만 아니라 자체 프로그램 비중을 높이는 것은 물론, 프리미엄 스포츠나 프리미엄 영화 등 여러 각도에서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추진 중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3월부터 위성DMB와 지상파DMB를 모두 시청할 수 있는 차량용 DMB ‘TU Ride ON’을 출시하는 등 시장 확대를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 올해부터 이동통신회사들이 본격적으로 3세대 이동통신에 진출하고 있다. 동영상 서비스를 핵심으로 하는 3세대 이동통신이 보편화하면 DMB 서비스와 충돌하는 것은 아닌가?
“그렇지 않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은 세계적 추세다. 오히려 3세대 휴대전화에 위성DMB를 탑재할 경우 위성DMB시장을 확대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3세대 이동통신이 활성화한다고 해도 이동통신으로 동영상을 보기 위해서는 현재의 준(June)이나 핌(Fimm)에서처럼 정보이용료와 통신요금을 내야 한다. 위성DMB가 충분히 승산이 있는 대목이다.”

― 우리나라와 일본 외에 DMB를 상용화한 나라가 있나?
“우리나라보다 한발 앞서 위성DMB를 상용화한 나라는 일본이다. 그러나 일본은 휴대전화와의 융합이 아니라 차량용 시장을 공략하다 현재 성장이 둔화된 상태다. 유럽에서는 이탈리아가 지난해 상용화해 현재 가입자가 약 60만 명 정도 된다. 또, 중국이 현재 독자적 기술로 위성DMB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안다. ‘세계 최초’ 위성DMB사업의 결실을 가장 많이 누리는 회사는 국내 휴대전화 제작사들이다. 현재 유럽에서 팔리는 DMB 휴대전화의 대부분이 삼성전자와 LG전자 제품이다.”

― 얼마 전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이 통신사업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 경주라고 했다. 마라톤 경주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현재 위성DMB사업은 어느 지점에 와 있다고 생각하나?
“서비스 시작 당시 목표 가입자가 450만 명이었는데 현재 가입자가 113만 명이니 가입자로만 보면 4분의 1 지점인 10km 언덕길에 올라와 있는 셈이다. 그러나 내실을 살펴보면 출발선에서 땀흘리고 있다는 것이 맞는 말이다. 아직 자체 제작 프로그램이 20%밖에 안 된다. 사실, 마라톤이 아니라 철인3종 경기를 뛰는 기분이다.”

위성DMB vs 지상파DMB

정부 보호 속 초고속 성장…1년4개월 만에 400만 대 보급

DMB 서비스는 전송 수단에 따라 위성DMB와 지상파DMB로 나뉜다. 위성DMB는 방송센터에서 프로그램을 위성으로 송출하면 위성이 전파를 통해 전국의 DMB 단말기에 뿌려주는 방식이다. 수신율이 낮은 도심 등 음영지역에서는 갭필러(Gap Filler)라는 중계기를 설치해 수신 끊김을 막는다.

지상파DMB는 현재 비어 있는 공중파 VHF 12번과 8번 채널을 활용해 DMB 방송을 하는 것으로, 송신탑에서 보내는 전파를 단말기를 통해 받아보는 방식이다. 현재 위성DMB사업자는 SK텔레콤의 자회사인 TU미디어가 유일하다. 반면, 지상파DMB에는 KBS·MBC·SBS·EBS·YTN·U1 등 6개 사업자가 참여하고 있다.

위성DMB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무료 서비스인 지상파DMB는 최근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위성DMB보다 약 7개월 늦게 출범했으나 불과 3개월 만에 위성DMB 서비스를 따라잡은 것.

한국전파진흥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지상파DMB 단말기 보급대수는 399만9,000대. 본방송을 시작한 지 불과 1년4개월 만에 이룬 성과다. 2002년 시작한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 가입자가 5년 만에 200만 가입자를 확보한 것과 비교할 때 놀라운 속도다.

총 399만9,000대 가운데 휴대전화가 160만3,000대, 차량 탑재용이 159만4,000대로 엇비슷하다. 위성DMB가 고작 2만 대가 팔려 TU미디어 직원들을 놀라게 했던 지난 3월, 지상파DMB는 무려 43만3,000대가 판매됐으며, 판매대수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지상파DMB는 교통정보 서비스(TPEG) 등 각종 부가 서비스와 6월1일 시작하는 전국방송을 계기로 연내 1,000만 대 보급이라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한국방송공사(KOBACO)의 ‘지상파DMB 서비스 광고 규모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광고 수주 규모는 3억8,300만 원으로 지난해 9월 1억6,400만 원의 2배를 넘어서며 광고 수주액 역시 상승 기조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 수익구조가 안정되지는 못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이다.

오효림 월간중앙 기자 (hyolim@joongang.co.kr)

매거진 기사 더 많이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