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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세대 다함께 불러보는 '불후의 명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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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저녁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에 난데없이 김종서의 '겨울비'(1989년)가 뜬다. 가수 설운도의 아들 승현군 사진을 보겠다고 네티즌이 난리다. 한물간 옛 노래와 그때 그 시절의 스타를 디지털의 총아 인터넷 포털로 불러모은 주인공. 박제된 추억에 '지금 여기'를 수혈하는 KBS2-TV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불후의 명곡' 촬영현장을 찾았다.

80년대 인기가수 박남정(왼쪽에서 두번째)의 대표곡을 배우고 있는 ‘불후의 명곡' 출연자들.


◇모여라, 신구세대 노래교실=1일 저녁 경기도 일산 한 아파트. 스태프 수십여명이 엉켜 수선스런 가운데 '안방 노래교실'이 시작됐다. 이날 녹화분의 주인공은 1980년대 후반 혜성처럼 등장했던 '한국의 마이클 잭슨' 박남정(41). 세월을 비켜간 듯한 동안(童顔)에 MC 탁재훈과 신정환이 "보톡스 너무 심하게 맞았다" "얼굴뿐 아니라 키도 그대로다"며 짓궂게 농을 쳤다.

웃음보가 터지자 녹화장은 한결 편안한 분위기. 가요계 대선배 앞에서 쭈뼛쭈뼛 구는 이정(26)을 격려해가며 '기역니은춤'을 신나게 배워본다. "작가가 써주는 대본이 있긴 하지만, 현장에서 만들어가는 게 많아요. 분위기를 탈 수 있게 MC들이 추임새 넣어주는 게 가장 큰 일이죠." 이동희 PD의 귀띔이다.

투톱 MC론 오랜만에 손발을 맞추는 '컨츄리꼬꼬'지만 호흡이 척척 맞는다. "재훈이 형이랑은 굳이 말로 안 해도 통해요."(신정환) "정환이가 '달린다' 싶으면 알아서 내버려두죠."(탁재훈)

버라이어티쇼에 낯선 박남정이 까칠하게 반응할 때도 눈치 빠른 두 사람이 특유의 애드립으로 웃음을 조절하며 넘어갔다.

"탁재훈.신정환은 순발력도 좋고 역할 나누기가 잘 돼요. 무엇보다 선을 넘지 않으면서 대선배들과 어려운 만남을 편안하게 이끌어갑니다." 공동연출하는 이훈희 PD의 신뢰에 가득 찬 평이다.

저녁 6시30분에 시작된 녹화는 가수 집 촬영분을 마치고 여의도 KBS 공개홀로 와서 리메이크 무대를 찍는 것까지 6시간 넘게 이어졌다. 엿새 동안 편집에 편집을 거쳐 시청자들에게 공개되는 분량은 40분 정도다.

이날 녹화는 새벽 1시 여의도 KBS 공개홀 '리메이크' 무대까지 포함해 6시간 넘게 이어졌다.

◇향수 불러일으키는 스타 모시기가 관건=초대 손님으로 김건모를 모신 이래 지금까지 소개된 '불후의 명곡'은 모두 5편. 10일 김수희 편이 방영되고, 이승철.조영남 등도 섭외가 끝났다. '모시고 싶은 스타' 1순위로 꼽히는 이는 역시 '거인' 조용필. 이밖에 나훈아.신중현 등 전설적인 스타들에게 러브 콜을 보내고 있지만 모시기가 쉽지 않다. 연예계를 떠난 이들은 아예 TV 출연을 거부하고, 간간이 방송을 타는 이들도 오락 프로그램이라 꺼린단다.

이훈희 PD는 "스타를 희화화하자는 게 아니라 오히려 헌정행사(tribute)에 가까운 프로"라고 강조한다. "요즘처럼 음반시장이 침체일 때 우리 가요사에도 존경할만한 선배와 기억할 만한 곡이 있었다는 걸 되새겨보자는 취지죠. 신구세대의 거리감도 좁히고요."실제로 긴가민가하며 출연했던 중년 스타들은 "알아보는 젊은 층도 많아지고 행사 섭외도 늘었다"며 기뻐했단다.

하지만 '온 가족이 보는 주말극'이란 개념도 퇴보한 지금 온 가족이 보는 오락프로를 만들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여느 토크쇼처럼 새음반 홍보무대로 변질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어느 정도 타협은 불가피하겠지만 프로그램의 '재미'를 놓지 않으려고 합니다. 10대 취향에 쏠리는 오락프로에 여러 세대가 공감하는 코너를 넣으면 그만큼 차별화되지 않을까요."

이훈희 PD의 소신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것은 그가 '해피투게더-쟁반노래방' '해피선데이-날아라 슛돌이' 등 향수를 자극하는 프로그램을 성공시킨 스타PD라서다. 더 세게, 더 엽기적으로 가는 방송 틈에서 그는 뒷걸음질로 세상을 보라고 한다. 무한경쟁 디지털시대, '그리움'도 또 하나의 블루오션(차별화.저비용으로 창출하는 무경쟁시장)인 걸까.

글.사진=강혜란 기자

'불후의 명곡' 6시간 촬영현장 화보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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