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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아프간전쟁 영웅' 웨스트포인트 교수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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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국계로는 처음으로 미국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 교수가 나왔다. 그것도 아프가니스탄 전쟁 영웅 출신인 여성이다.

주인공은 미 육군 줄리아 오(30.사진) 대위. 오 대위는 최근 웨스트포인트 교수 임용시험에 합격했으며 다음주부터 시스템엔지니어링학부에서 조교수로 생도들을 가르치게 된다. 그는 "한국계로는 처음으로 웨스트포인트 교수로 임명돼 자부심을 느낀다"며 "생도들에게 존경받는 교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태어난 오 대위는 명문 펜실베이니아대(엔지니어링 전공)에서 학군단(ROTC)을 마치고 곧바로 미 육군 공수부대에 자원입대했다.

오 대위는 9.11 테러 직후 칸다하르 미 82공수여단 소속 선발대로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돼 7개월간 알카에다 조직이 밀집된 지역을 수색하는 위험한 임무를 수행해야 했다. 당시 중대장이던 오 대위는 부대원들을 인솔, 낙하산으로 적지에 침투한 뒤 탈레반 근거지를 수색해 숨겨진 무기를 찾아내는 등 눈부신 전과를 올려 동성무공훈장을 받기도 했다.

오 대위는 미국에서 태어나 자라긴 했지만 한국과도 적잖은 인연을 맺었다. 1년씩 두 차례에 걸쳐 왜관 등 주한 미군 기지에서 근무하며 한국어를 배웠다. 오 대위는 한국 근무를 마친 뒤 미국에 복귀해 지금까지 82공수여단에서 계속 근무해 왔다. 그는 군복무 중에도 엔지니어링 공부를 더 하기 위해 컬럼비아 대학원에 진학해 지난달 석사 학위를 받았다.

오 대위의 가족은 군인 가족이다. 삼남매 중 막내인 오 대위의 두 오빠도 ROTC 출신이다. 첫째 오빠 필립(35)씨는 매사추세츠공대(MIT)를 졸업한 후 입대해 쿠웨이트.이란.카타르 등에서 복무한 뒤 현재는 존슨앤드존슨사에서 근무 중이다. 둘째 오빠 유진(33)씨도 코넬대를 마친 뒤 쿠웨이트를 거쳐 현재 이라크에서 2년 2개월째 대위로 복무하고 있다.

아버지 오승석씨는 "41년 전 이민으로 미국 땅을 밟은 뒤 나 자신은 온갖 고초를 겪었지만 아이들이 고생을 모르고 자라 ROTC 지원을 권유했다"며 "전쟁지역에 아이들이 파견되면서 마음 졸일 때도 있었지만 지나고 보니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뉴욕지사=안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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