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인재교육 발목잡는 교육부 차라리 없애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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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내년에 개교하는 서울국제고 교장을 민간인에게도 개방하려던 서울시교육청의 계획이 교육인적자원부 반대로 무산됐다. 서울과학고를 교육 여건이 훨씬 좋은 과학영재고로 전환하려는 서울시교육청의 계획도 교육부에 의해 지지부진한 상태다. 좀 더 우월한 교육환경을 만들려 하는 지역 교육청들의 발목을 매번 붙잡고 있다. 이러니 교육부 폐지론이 갈수록 확산되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당초 교장 자격증이 없어도 국제업무 경험이 많고 경영 능력이 뛰어나면 누구라도 서울국제고 교장으로 초빙하려 했다. 글로벌 리더 양성이란 교육 목적을 위해서였다. 이를 위해 특수목적고인 서울국제고를 다시 특성화고로 지정하려 했다. 규정상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교육부가 특수목적고.특성화고를 동시에 지정한 전례가 없다며 반대해 무산됐다. 올해 다른 고교에선 개방형 교장제를 시범 실시한다면서 서울국제고에 대해선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폐쇄적이고 관료적인 행정의 전형이다.

고교 설립 및 운영권은 시.도 교육감의 고유 권한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지난해부터 노골적으로 교육청 정책에 간섭하고 있다. 김진표 전 교육부총리는 수시로 말을 바꿔가면서 자립형 사립고 설립을 막더니, 김신일 교육부총리는 외국어고 규제에 앞장서고 있다. 교육부가 획일적인 평준화 정책을 고집하는 청와대와 전교조의 눈치를 보면서 '코드 맞추기'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평준화 교육의 폐단은 이미 명백하게 드러나 있다. 서울대 이공계가 왜 내년부터 우열반을 실시하기로 했겠는가. 그러지 않으면 정상적인 수업이 안 되고, 우수 학생들은 학교 만족도가 낮아 유학을 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고교 교육도 마찬가지다. 우수 학생들에겐 뛰어난 수월성(秀越性) 교육을 받을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 교육이 산다. 첫걸음은 교육청의 다양한 학교 설립 자율권을 보장해 평준화를 보완하는 길이다. 교육 수요자에겐 특수목적고든 특성화고든 학교 형태는 상관없다. 교육을 잘 받을 수 있는 학교만 늘어나면 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