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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실 통폐합' 6월 국회 최대 쟁점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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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기자협회 주최로 31일 오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사 송고실 통폐합 긴급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영철 CBS 사회부장, 최영재 한림대 교수, 김사승 숭실대 교수, 김창학 경기일보 차장, 남봉우 내일신문 편집위원. [연합뉴스]

정부의 기자실 통폐합 조치가 4일 시작되는 6월 국회의 최대 쟁점으로 등장했다. 한나라당은 통폐합 조치의 시행을 막는 것은 물론 이참에 언론자유 침해 소지가 있는 언론관계법의 전면적 개정에 나서겠다고 벼르고 있다. 열린우리당을 비롯한 범여권과 민주노동당에서도 정부 조치의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

◆"독재 광풍 분다"=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는 31일 "6월 국회에서 (언론의) 자유를 지킨 국회의원과 못 지킨 의원을 역사가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는 "정부 주도로 기자실을 없애고 비판 언론에 대해 기자 출입을 막는 등 양면 통제를 하고 있다"며 "이게 (노무현 정부가 주장하는) 세계에서 유례 없는 선진화 방안이냐"고 꼬집었다. 이주영 정책위의장도 "온 부처가 언론탄압 경쟁에 나서 독재 광풍이 불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행동에도 돌입했다. 이 정책위의장을 중심으로 언론대책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했다. 아울러 공공기관에 기자실 설치를 의무화하는 정보공개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정부 부처의 상주 기자실을 없애고 브리핑룸을 통폐합하겠다는 정부 조치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내용이다. 한나라당은 6월 국회에서 이 개정안을 국정홍보처 폐지를 내용으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함께 처리키로 했다. 아울러 이미 국회에 제출된 신문법.언론중재법.방송법.국가기간방송에 관한 법률 등 언론 관련법 개정안도 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계획 아래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언론인 출신 의원들은 특히 전날 통일부가 중앙일보 기자에게 출입정지 조치를 한 것을 맹비난했다. 중앙일보 편집국장을 지낸 한나라당 고흥길 의원은 "30년 기자 생활 동안 전두환 정부 등 권위주의 정부에서 일시적으로 기자 출입을 정지시킨 걸 본 적은 있다"며 "그러나 이번처럼 특정 언론 취재 부스를 폐쇄한다는 건 납득이 안 가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 기자 출신인 최구식 의원도 "통일부가 중앙일보에 한 짓은 전체주의적 독재 행태"라며 "자기들이 얼마나 무도한 짓을 했는지 모르기 때문일 텐데 책임을 뼈저리게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실 폐쇄는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열린우리당 최재성 대변인은 "대통령이 '취재 선진화 방안'에 대해 토론하자고 해놓고 금감원 등이 기자들의 사무실 출입을 제한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범여권의 대선 주자 중 한 명인 한명숙 전 총리도 "이번 조치를 하려면 공무원의 내실 있는 브리핑이 필수적인데 지금까지 부족했었다"며 "급격한 변화를 감수해야 할 언론계와 사전 조율이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통합신당의 양형일 대변인은 "언론을 물리적으로 제압하려는 정부의 처사는 권력에 의한 폭력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민노당의 노회찬 의원은 "기자실 폐쇄는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마음에 드는 내용만 일방적으로 국민에게 홍보하려 한다면 국민은 대통령의 행차에 뛰어들거나 청와대에 무단 출입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노 의원은 또 "기사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자실을 폐쇄하는 보복을 감행한다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탈선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꼬집었다.

김정욱.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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