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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성 교통대란 이대로 둘건가(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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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9,10일의 귀성길은 문자 그대로 「교통대란」이었다. 극심한 교통체증으로 각 고속도로와 국도는 거대한 주차장이 돼 버렸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무려 26시간이 걸리는 대기록이 작성되기도 했다. 「또 이래서는 안된다」「무언가 비상대책이 마련돼야겠다」는게 모두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정부당국으로부터는 아무런 말도 들리지 않는다. 해결책은 고사하고 그 엄청난 「대란」을 겪었음에도 문제에 대한 분석마저도 나오지 않고 있다.
문제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물론 없다. 귀성풍속을 물리적으로 억제할 수도 없는 것이고 도로를 일시에 넓힐 수도 없으며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를 단시일안에 분산시키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러나 지난 추석연휴때와 같은 「교통대란」이 개인적 고통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는 일이고 국민의 에너지를 허비하는 일임이 분명하다면 그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지금부터 마련해 나가야 한다.
석달뒤면 연말 연시고 해를 넘기면 곧 설날연휴가 닥친다. 그때에도 또 다시 이번 추석과 같은 혼란과 고통,낭비를 되풀이할 것인가.
연말 연시나 내년 설날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있으므로 이번 추석귀성때의 경험을 면밀히 분석해 대책을 마련한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어도 완화할 수는 있을 것이다. 어떠한 대책에도 부작용이 없을 수 없고 파생되는 문제가 많은 것이기 때문에 그때에 임박해서 하려한다면 더 큰 혼란을 빚을지도 모른다. 국민들에게도 대처할 충분한 시간을 주어야 하기 때문에 대책수립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우리는 관계부처의 합동회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교통문제의 복합성 때문에 경찰이나 교통부,도로공사 등 어느 한 기관의 힘만으로는 문제를 풀기 어렵다. 관련 정부기관들이 중지를 모으고 교통전문가들의 자문을 얻어 정부 각 기관과 국민이 함께 협조하는 유기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방안을 마련하는데 있어 가장 좋은 참고가 되는 것은 역시 추석 귀성때의 경험일 것이다. 우리가 보기엔 가장 효과적이고 핵심적인 문제의 완화책은 차량의 분산이다. 귀경길의 체증이 귀성길 때보다 한결 덜 했던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명절 전날부터가 휴일이므로 명절 전전날과 전날로 나눠 일반 승용차의 홀짝제를 실시해 보는 것은 어떨까. 또 고속도로의 1∼2개 차선은 버스·미니버스와 같은 대량 수송단의 전용차선으로 지정하는 것도 생각해 봄직하다.
서울을 기점으로 한 하행노선은 주차장이 된 반면 상행노선은 텅텅 빈 것을 볼 수 있었다. 임시로 상행노선 2개선을 하행차량들이 이용할 수 있게 준비할 수는 없는 것일까. 또 교통방송을 좀더 효과적인 안내수단이 되게할 수는 없는 것일까. 이러한 대책들은 정부 당국이 마련해야할 것이나 국민들도 인식을 달리해야 한다. 개인 승용차로의 귀성을 스스로 억제하는 노력없이는 백약이 무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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