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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호텔」 인기높은 파리(특파원코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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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애완동물 천국… 바캉스철엔 초만원/하루 숙식비 백프랑에 한달씩 위탁도
여름이면 4∼5주일씩 바캉스를 떠나는 프랑스 사람들의 공통된 고민거리 가운데 하나는 바캉스기간중 집에서 기르는 개나 고양이를 어떻게 하느냐는 점이다.
데리고 가자니 불편하고 그렇다고 텅빈 집에 한달씩 그냥 놔둘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생각다 못해 적당한 곳에 슬쩍 버리고 가거나 엉뚱한 집 앞에 몰래 매놓고 떠나는 경우도 과거에는 적지 않았다.
매년 여름이면 매정한 주인으로부터 버림받은 개나 고양이에 관한 기사가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는게 프랑스의 전형적 여름풍경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요즈음엔 이런 몰인정한 주인은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다는게 동물보호협회 관계자들의 얘기다.
동물애호단체들의 끈질긴 로비끝에 제정된 「동물학대죄」 위반에 따른 무거운 처벌(3∼6개월 징역 또는 3천∼6천프랑 벌금)도 처벌이지만 이런 경우에 대비한 사회적 제도나 시설이 워낙 발달해 있기 때문이다.
바캉스를 7월에 떠나는 사람과 8월에 떠나는 사람을 연결,서로 상대편 집 개나 고양이를 돌봐줄 수 있도록 주선해주는 단체가 있는가 하면 굳이 여름에 바캉스를 떠날 이유가 없는 퇴직노인들이 중심이 된 애완동물 위탁서비스가 곳곳에서 성행하고 있다. 이도저도 안되면 각지에 있는 동물보호협회 직영보호시설에 실비만 내고 맡기고 떠날 수도 있다.
자기만 바탕스를 떠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갸륵한」 부인들을 위해서는 또 그에 알맞은 서비스가 준비되어 있다. 애완동물용 호텔이나 펜션이 그것으로 10여년전 프랑스에 처음 등장한 동물 숙박업이 지금은 한창 성업중이다. 대부분 대도시 주변교외에 위치한 이런 시설에서는 각 손님(?)에게 독방을 제공하고 영양가를 따져 마련한 건강식을 내놓고 있다. 또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산보를 시키고 상시 대기하고 있는 수의사·간호사로부터 친절한 건강진단도 받는다. 하루 숙식료가 1백프랑(약 1만6천원)선으로 비싼 편인데도 한달씩 장기체류하는 투숙객(?)들로 여름이면 초만원을 이룬다. 주인들이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방잡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지금도 대부분의 해수욕장에서 동물의 해변출입을 금지하고 있지만 일부 해수욕장을 중심으로 임시보호시설을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개나 고양이를 데리고 바캉스를 떠나는 사람들도 점차 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태양이 작열하는 남프랑스의 니스해변에서 자동차 안에 갇힌 개 한마리가 행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기를 못이겨 질식사하는 참변이 계기가 돼 올부터는 직사광선아래 주차한 차에 동물을 방치할 경우에도 동물학대죄를 적용 받게 됐다. 또 이런 경우 아무나 자동차 창을 부수고 그 안에 갇힌 동물을 구하더라도 주인은 아무말 못하게 됐다.
프랑스에서는 바캉스가 사람만을 위한 휴식기간이 아닌 셈이다.<파리=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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