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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대란」 다스릴 방법 없나(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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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오늘날 교통문제는 단순한 짜증·불편의 정도가 아니다. 모든 도로와 골목을 뒤덮고 줄줄이 늘어선 자동차행렬에 갇혀 10분만에 갈 거리를 한시간,두시간에 가야 하는 대도시의 교통지옥은 이제 단순히 짜증난다고 할 정도를 넘어섰다. 자동차뿐 아니다. 악취와 매연속에 코앞의 곳도 육교를 넘어 지하도를 건너 돌고돌아 가야 하는 보행자나 단추가 떨어지고 곧잘 울음이 터지는 지하철승객이나 그 고통은 마찬가지다.
우리가 보기에 이제 교통문제는 짜증의 차원을 넘어 국민심성과 정서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심지어 국민원기를 손상시키는 「대란」의 상황에까지 이른 것 같다. 점잖던 사람도 몇주일 차를 몰다보면 저도 모르는 사이 욕설이 입에 붙고 교통법규위반도 예사로 하게 된다. 신호가 몇차례 바뀌어도 건너지 못하는 엉망진창의 네거리에서 사람들은 날마다 상소리와 좌절감을 경험한다. 만날 시간을 정하기도 어렵고 사람간의 필요한 접촉·대화도 자연 억제된다.
결국 이런 오늘의 「교통대란」은 시민의 심성을 조폭하게 만들고 감정을 거칠게 한다. 그렇잖으면 다른 좋은 일에 쓸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와 자원을 교통 때문에 낭비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 교통문제는 정부의 한 부처나 자치단체의 한 국의 소관일 수 없고,그저 「심각하다」는 인식만으로는 부족하다. 나라와 국민전체의 사활적 문제라는 인식아래 우리 모두가 개선책에 매달려야 할 과제가 됐다.
우리는 당국 역시 교통문제에 소홀하다고는 보지 않는다. 며칠전만 해도 총리주재의 대책회의가 열려 지하철의 추가건설,큰 승용차의 차고증명제 도입 등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다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런 정책결정에도 불구하고 교통문제에 대한 우리의 절망감는 전혀 해소되지 않는다. 폭발하는 수요에 이런 정도의 개선은 곧 언발에 오줌누기격 밖에 안될 것이라고 예감되기 때문이다.
누구나 아다시피 해결책은 주로 돈에 달려있다. 정부라고 한정된 돈으로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을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교통문제 개선에 대해 정부의 보다 확고한 의지와 성의를 보고싶다. 그때그때 임기응변식의 처방만으로는 이 심각한 문제는 영구히 개선할 수 없다. 가령 도시기능의 분산이라든가,자동차의 수급조절같은 보다 근원적인 문제에 대한 착안과 정책이 있어야겠고 필요한 때면 반드시 교통경찰이 나와 있다는 믿음을 국민이 가질 수 있도록 지속적 성의를 보여야겠다. 또 다소 욕을 먹더라도 과감한 정책을 써야 한다.
교통문제처럼 정부의 힘만으로 안되는 문제도 없다. 국민 각자가 난폭·위법·얌체행위를 말아야 하고 나아가 양보·자제를 할줄 알아야 한다. 실은 오늘의 교통지옥은 거기서 고통받는 시민들의 자업자득인 측면도 크다. 우리 모두 이 「대란」의 평정에 나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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