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시설 용도 '오락가락' 아람누리 상인들 애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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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고양아람누리의 ‘부대시설’ 임대 문제(본지 5월15일자 2면 보도·일부지역 제외)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 카페는 한달 전 수천만원을 들여 인테리어 공사를 마쳤으나 지금껏 영업 허가가 나지 않았는가 하면, 어정쩡한 허가 상태에서 영업하는 음식점도 있다. 이미 문을 연 가게들도 상가 형성이 안돼‘개점휴업’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임대주인 고양문화재단(대표 박웅서)은 시설 일부를 어린이 체험미술관으로 전환하고 있다. 임차인들은“시와 재단측의 미숙한 행정에 애꿎은 상인들만 엄청난 손해를 입게 됐다”며 대책을 호소했다.

◇오락가락하는 부대시설 용도=이번에 문제가 된 부대시설은 고양아람누리 설립계획 당시엔 용도가 사무실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대표가 취임한 이후 슬며시 바뀌었다. 수익사업 공간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상가시설로 둔갑한 것이다. 재단은 공연장 입구의 지하층 12곳(330평)을 임대키로 했다. 올해 초 5개 점포가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근린생활시설이나 판매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음식점의 경우 구청 허가가 나질 않았다.“임대주(재단)가 시설용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임대 수익에만 급급했다”는 비난이 일었다. 재단측은 물론, 재단운영 감독권을 가진 고양시도 난감해졌다.
일단 일산동구청은 부대시설에 휴게음식점은 포함될 수 있다는 시의 유권해석을 토대로 음식점 한 곳을 허가해줬다. 그렇지만 나머지 공간은 여전히 문제로 남았다. 재단 측은 최근 부대시설 일부를 어린이 체험미술관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100여 평에 내부공사가 진행중이다. 잔여 부대시설의 추가 임대계약은 더 이상 진전이 없는 상태다.
◇공연장‘부대시설’논란=법제처의 관계자는 “부대시설의 범위를 어떻게 보느냐에 대해선 해석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영업하는 일반음식점을 공연장의 부대시설이라고 보는 건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고양시의회 박윤희 사회산업위원장은“시에서 법적인 검토를 거쳐 해결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본다”며 “말끔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앞으로 유사한 민원에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소지가 있는 만큼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점포 임차인들 속앓이=부대시설내 A음식점은 이달 중순 ‘휴게음식점’허가를 받았다. 시 관계자는“임차인으로부터 주류를 판매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영업허가를 내주도록 했다”고 밝혔다. 휴게음식점은 일반음식점과 달리 주류를 판매하지 못한다.
인허가권을 가진 일산동구청 담당자도“현장 실사 결과 우동 전문점이어서 휴게음식점으로 허가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통상 휴게음식점은 간단한 조리를 거쳐 다과 등을 파는 음식점을 말한다.
그러나 취재 결과 해당 음식점은 우동ㆍ돈가스 뿐아니라 알탕ㆍ초밥ㆍ회덮밥 등 식사를 주메뉴로 하고 있다. 시와 구청이 무리하게 허가를 내줘 임차인으로 하여금 법을 어기게 한 셈이다.
B카페의 경우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고양아람누리 개관(지난 4일)에 맞춰 일찌감치 인테리어를 마쳤다. 하지만 A음식점과 달리 주류 판매가 걸림돌이 돼 아직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카페는 커피ㆍ스파게티와 함께 와인을 판매할 예정이었다. 이웃 가게 주인은 “시설과 인테리어 비용만도 수천만원이 들었을텐데 와인 판매를 쉽게 포기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한 임차인은 “한식ㆍ일식ㆍ중식당이 들어오려던 자리에 어린이체험 미술관이 생기면 상권이 축소되는 것 아니냐. 상권도 갖춰지지 않은 곳을 재단이 무책임하게 임대한 꼴”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문을 연 지 한달이 가까워지도록 상권의 활성화 기미가 보이지 않아 걱정”이라며 “개관기념 예술제 기간임에도 주말에만 1~2회 공연이 열려 큰 수요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라고 말했다.

프리미엄 김은정 기자[hapia@joongang.co.kr]
사진=프리미엄 최명헌 기자[choi3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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