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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적 문체 특징…일 최고 인기작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일본 최고 인기작가로 평가받는 무라카미하루키(촌상춘수)는 49년 출생한 이른바 전후작가다. 1960년부터 1972년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주도, 학생운동이 끊이지 않던 소위「전학공투회의」시절을 와세다대학생으로 보냈던 하루키는 79년『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군상』지의 신인상을 받으며 문단에 나왔다.
이어 하루키는『1973년의 핀볼』 『양을 둘러싼 모험』『상실의 시대 』『댄스, 댄스, 댄 스』등 일련의 장편을 잇따라 발표하며 일본의 대표적 인기작가로 떠올랐다. 특히 88년 발표된『상실의 시대』는 그해 3백50만권이 팔리는 폭발적 성공을 거뒀다.
정치의 계절에 대학시절을 거친 하루키는 회상형식으로 그 시대의 젊음을 다루면서도 그의 작품에는 이념이+정치성·사회성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상실의 시대』에서「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인가」하고 작품을 끝맺고 있듯 그의 작품은 대부분 상실된 자아 찾기를 내세운 젊음의 방황을 다룬다. 사회성·도덕성에서 벗어난 젊음의 낭만적 방황을 다루는 하루키의 문체나 구성 또한 감각적이고 특이하다. 이러한 그의 소설은 민중운동이 서서히 고개를 숙이던 89년부터 한국에 상륙, 거의 모든 작품이 번역, 출간되며 80년대 이념의 와중에서 갈 곳 없었던 젊은 문인들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하루키의 소설은 주요사건을 평면적으로 진행시키지 않고 잡다한 일상과 교직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또 소설속에서 화자와 작가를 동일시하며 회상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도「1992년,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먼저‥·」라며 화자인 나를 작가로 내세우며 작품을 시작하고 있다. 주요사건과 일상을 교차시키며 소설을 진행한다. 섹스·음악·독서등에서 유발된 심리적, 혹은 감성적 내면 묘사도 유사하다. 순결한 여자와 개방적인 여자 사이에서의 주인공의 갈등 또한 비슷하다.
그러나 주인공의 지향점은 다르다. 하루키의 작품이 정치적·이념적인 부분을 애써 도외시해 버리고 주인공을 후기 산업사회속에서 계속 방황하게 내팽개친 반면 『살아남은 자의 슬픔』은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80년대 정치적·도덕적 상황에 매이게 하며 주인공에게 작가의 길을 택하게 한다.
뿌리 없이, 가정도 없이 후기산업 소비사회를 방황하는 주인공이 아니라 『돈 없이 할 수 있는 것은 이 일 밖에 없다』며 죽임의 문화앞에 출사표로서 글쓰기를 택한데서『살아 남은 자의 슬픔』은 하루키의 작품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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