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급등에 낙관·우려 교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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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투자심리 회복으로 지속상승 기대 낙관/실물경기 호전안돼 단기과열 조짐 우려
주가가 맹렬한 기세로 뛰어오르고 있다.
얼마전만 해도 어떤 처방을 해도 살아나지 않을 것 같은 중병을 앓았던 주식시장이 언제 그랬느냐는듯이 연일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1일 4년9개월만의 최저치인 4백59.07까지 주저앉았던 종합주가지수는 당국의 증시안정대책 발표직전인 22일부터 급등기류를 타기 시작,31일까지 장이 선 8일동안 무려 1백3.73포인트,22.6%가 올랐다.
특히 31일은 연중최고상승률을 경신한 가운데 대부분 종목이 상한가에라도 사자는 주문은 많으나 매물이 없는 상황까지 나타났다.
오랜만에 「큰장」을 만난 증권계에서는 이같은 폭등현상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좀 빠르지만 주가가 비로소 제 위상을 찾아가는 것이란 당위론과 함께 짧은 기간에 너무 과열되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증시대책외에 증시수습구조 개선,한중수교,김영삼민자당총재의 국정쇄신책 발표기대 등 여러가지 호재가 어우러진 결과지만 실물경기가 갑자기 호전된 것도 아닌데 주가오름세가 제동없이 가속되는듯해 다소 불안해 보인다는 것이 우려론의 근거다. 자금이 늘어난다고 하지만 아직 1조4천억원밖에 안되는 예탁금규모로는 지금보다 거래가 더 늘어 하루 4천만주를 넘길 경우 매물을 소화해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반박하는 측은 투자심리의 급격한 변화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지난 3년반동안 증시침체를 거품제거과정이라고 인정하더라도 장기간 버텨온 지수 5백50선이 무너진후 짧은 기간에 4백60선까지 이르게된 과정은 다르다는 것. 최근의 급락은 단순한 경제상황의 반영 차원을 넘어 정국경색과 정보사부지사건 등 경제외적인 돌발 악재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그 투자심리가 되살아났다면 원점인 지수 5백60선이 금방 회복된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다.
기관이 고비마다 주식을 사들여 주가가 오른다는 믿음을 심어주고 있고 예탁금이 1주일사이 3천1백19억원이나 불어난데다 거래량이 하루 3천만주를 넘는데도 외상거래는 오히려 줄고 있는 점 등이 종전의 「반짝장세」때와는 내용이 상당히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어느 쪽 견해든 이번 반전을 계기로 증시가 일단 큰 고비는 넘겼다는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또 이런 시장상황이 유지된다면 조만간 약간의 조정이 있더라도 전과 같은 급락세는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주가가 더 오른다하더라도 지수 6백선에 이르면 두터운 대기매물을 소화해내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따라서 장세분석가들은 당분간 큰폭의 추가상승은 어렵다고 보고 추석후 통화환수 강도,대선을 앞둔 정국흐름과 기대를 모으는 금융개혁방안 등 주가에 영향을 미칠 변수가 어떻게 나타날지에 주목하고 있다.<이재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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