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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쇼를 하라' 무한도전 괴력의 원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한민국 평균 이하임을 자처하는 여섯 남자들의 국내 최초 리얼 버라이어티 쇼 MBC '무한도전'의 괴력은 실로 대단하다. 보통 시청률이 평균 20%대를 유지하며 주말 동시간대 1위를 굳건히 고수하고 있다. 재방송의 시청률까지 합치면 그 위력은 더 커진다. MBC 드라마넷과 MBC ESPN, 코미디TV 등의 케이블 채널에서는 하루에도 몇번씩 재방송을 내보내고 있어 '언제든 틀면 나온다'는 말을 들을 정도다.

'무한도전'의 힘은 유재석.박명수.하하.정형돈.정준하.노홍철 등 6명의 고정 출연자 말고 다른 사람도 덩달아 유명세를 타게 하는 데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미녀 스타 김태희와 동명이인인 김태희 작가와 '비운의 정실장'으로 불리는 박명수의 매니저 정석권 실장, 정준하의 매니저인 '최코디' 최종훈, 유재석의 코디네이터 '미소'까지. 27일에는 전날 방송분에 잠깐 얼굴을 비쳤던 노홍철의 친형 '노성철'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무한도전의 제7 멤버로 불리며 연예인 못지 않은 주목을 받았다.

제작진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구성, 매주 새로운 상황 속에서 펼쳐지는 여섯 남자의 좌충우돌이 무한도전의 성공비결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는 진짜 이유는 연예인들이 가식을 벗어나 벌이는 '쌩쇼'이기 때문 아닐까. 이같은 '무한도전' 의 리얼리티는 멤버 개개인의 실제 성격과 사생활로부터 비롯된다. 대본이 없는 코미디에 출연자 각자의 사생활까지 끌어들이고 그것을 놀리면서 '리얼 버라이어티'의 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유재석의 스캔들, 안혜경에 대한 하하의 끝없는 사랑, 노홍철의 빨간 하이힐, 박명수의 의사 애인, 정준하의 이별 등은 화젯거리인 동시에 '무한도전' 의 사실성을 받쳐주고 있는 든든한 대들보인 셈이다.

'무한도전'은 연예인의 실제 모습을 가미한 대본 없는 코미디라는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함으로써 오락 프로그램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특정 연예인의 인지도에 기대고, 그들의 진위조차 불분명한 사생활을 소재로 시청률을 높이고자 했던 기존 프로그램과 차별화하면서 시청자들을 더욱 즐겁게 만든 것이다. 호통치고 삐치고 찝쩍대고 들이대는 여섯명의 남자, 그리고 불특정 다수의 제7의 멤버 후보들이 펼치는 좌충우돌은 그 자체로 충분히 '쇼'의 에너지를 잉태하고 있다. 이들에게 주어진 지상과제는 오늘도 내일도 대본이 없는 '쇼를 하라'는 것이다.

이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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