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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하고 특별한 당신 만의 ‘엑센트’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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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호 23면

골드와 다이아몬드·핑크 사파이어 등으로 꽃을 형상화한, 섬세한 디자인의 하이 주얼리. 카르티에 제품.

한때 할리우드 여배우들 사이에서 벌어졌던 불꽃 튀는 경쟁 한 가지가 있다. ‘다음엔 또 누가 어느 나라의 어떤 부호에게서 몇 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선물 받을 것인가?’ 은퇴한 노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 세대 얘기다. 시대는 달라졌다. 요즘 패션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젊은 여배우들의 관심은 ‘원석의 크기’나 ‘가격’이 아니다. 이제 화제는 ‘독특함’에 쏠려 있다.

위에서부터 랜덤 바로크 세팅의 진주와 18k 옐로 골드, 다이아몬드 반지는 레나 루 제품. 플래티넘에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 오닉스, 루벌 라이트가 세팅된 튤립 링은 쇼메 제품. 12캐럿 자수정과 다이아몬드로 이루어진 스타 링은 프레드 제품. 앤티크한 디자인의 다이아몬드 반지는 미네타니 제품. 물방울 모티프의 블루 그림 사파이어 솔리테어 링은 쇼메 제품. 팔로마 피카소가 디자인한 투르말린 소재 슈카스택 반지 두 개는 티파니&코 제품.

특히 그들이 열광하는 것은 빈티지 주얼리다. 할머니나 어머니의 보석함에서 꺼낸 것 같은 해묵은 연륜의 장신구가 사랑받는다. 사람의 손때가 담겨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개성을 갖춘 주얼리야말로 10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목걸이 못지않은 가치를 지닌다고 주장한다. 유행을 선도하는 젊은 여배우들에게 중요한 것은 그 주얼리가 자신의 스타일을 얼마나 돋보이게 하느냐이지, 브랜드나 산술적 가치가 아니다. 주얼리가 재산 증식의 수단이나 사회·경제적 지위를 나타내는 증거물로 기능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간 것이다.

자신의 개성을 뽐내는 데 일조하는 모조품 주얼리를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한편으로, 수억ㆍ수십억원에 달하는 고가의 하이 주얼리를 대하는 데서도 그들의 태도는 자유롭기 그지없다. 그들은 너무 단출해 자칫 초라해 보일 수 있는 옷차림에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하기 위해 장신구를 단다. 그 반대도 있다. 너무 화려해 부담스러운 의상의 느끼함을 없애는 요소로 하이 주얼리를 활용한다. 낡은 청바지와 해골이 그려진 티셔츠 차림에 한때 윈저공이 부인에게 선물한, 큼지막한 에메랄드 팔찌를 착용한다. 동네 수퍼마켓에 장을 보러 갈 때는 납작한 스니커즈에 얼음 조각만 한 크기의 다이아몬드 반지를 착용한다는 여배우 제인 버킨, 캐주얼하기 그지없는 차림에 카르키에나 반클리프&아펠의 목걸이를 두르고 다니는 키어스틴 던스트나 니콜 키드먼의 모습은 주얼리가 더 이상 보석함 속에 넣어 놓고 가끔씩 꺼내 보는 재산이 아님을 보여준다. 주얼리는 이제 지극히 일상적인 스타일의 일부분이 되었다. ‘고가의 주얼리는 고가의 드레스와 함께’라는 공식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다.

왼쪽부터 샤넬, 반클리프 아펠, 샤넬, 부쉐론

돌아온 ‘아르누보’의 매력
그렇다면 고가의 하이 주얼리를 내놓아 여성들을 설레게 하고, ‘주얼리 명가’로 입지를 굳혀 온 주얼리 브랜드들은 이러한 여성들의 변화에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을까? 그들은 이전까지 전해져 온 주얼리에 대한 고정관념을 한번 비틂으로써 변화하는 여성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 고가의 하이 주얼리를 충분히 구입할 수 있을 만큼 경제적 능력을 갖춘 여성들이 더 이상 ‘우아하고 아름답기만 한 주얼리’에 만족하지 않는 반면, 경제적으로 하이 주얼리를 구입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으나 하이 주얼리의 세계를 동경하는 여성들은 여전히 ‘우아하고 아름다운 주얼리’에 마음을 빼앗긴다는 점에 착안해 디자인을 양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커다란 원석을 사용한 고가의 제품일수록 이전까지 금기시되어 왔던 독특하고 위트 넘치는 디자인들이, 비교적 저렴한 라인일수록 우아하고 기품이 넘치는 디자인의 주얼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게 되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하이 주얼리 디자인의 변화다. 동물ㆍ식물 등 자연에서부터 직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모티브로 삼는 오늘날의 하이 주얼리는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과감한 디자인을 표현했던 ‘아르누보’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아르누보 양식은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 무렵, 이전까지의 섬세하고(보는 시각에 따라 조잡하기도 하고) 여성스럽기만 했던 주얼리 디자인에 대한 반발로 태어났다. 원석 자체의 가치보다 전체적인 디자인이 뿜어내는 아름다움을 더 중요하게 여겼던 혁신적인 디자인 양식으로 나비ㆍ꽃ㆍ잠자리 등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대담한 모티브를 자유롭게 활용했던 것이 특징. 거미줄에 걸린 거미를 모티브로 한 쇼메의 반지는 하이 주얼리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 싶어 하는 여성들의 욕구가 100여 년 전 세상을 뒤흔들어 놓았던 아르누보 양식을 깨워 지극히 현재적 전통으로 되살려 놓았음을 깨닫게 한다.

왼쪽부터 카르티에 파샤, 부쉐론, 부쉐론, 반클리프 아펠, 쇼메, 쇼메, 샤넬, 반클리프 아펠

진짜보다 더 값진 커스튬 주얼리
커스튬 주얼리의 중요도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변화다. 다이아몬드나 에메랄드처럼 값비싼 원석이 아닌 플라스틱이나 급이 낮은 터키석 등 싼 원료가 주요 소재로 등장했다. 단순히 주얼리를 착용하는 기분을 즐길 수 있게 하고, 옷차림에 포인트를 주기 위한 용도에서 생겨난 커스튬 주얼리는 트렌드를 이끌어 나가는 패션 디자이너들이 이번 시즌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 중 하나다. 일례로 브랜드 창시자인 코코 샤넬이 커스튬 주얼리의 열렬한 옹호자였던 샤넬에서는 유리 공예 기법을 활용한 몬테카를로 라인을 내놓았다. 나날이 쇠락해 가던 패션 하우스 랑방을 최고의 자리로 올려놓은 디자이너 알버 앨바즈 역시 “옷차림의 강약을 조절하는 요소로 커스튬 주얼리만 한 것이 없다”는 극찬을 늘어놓으며 다양한 디자인의 커스튬 주얼리를 선보였다. 이런 유명 패션 브랜드에서 내놓은 커스튬 주얼리는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도(샤넬 몬테카를로 라인의 귀고리는 90만원 내외, 목걸이는 수백만원대다) 값싼 소재를 사용했다는 것을 판매자는 숨기지 않는다. 구입하는 이들 역시 만만치 않은 가격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인기 있는 몇몇 커스튬 주얼리는 극히 제한된 수량만이 판매되는 하이 주얼리에 비해서도 훨씬 긴 웨이팅 리스트를 자랑한다. ‘가짜’ 주얼리를 손에 넣기 위해 기꺼이 선금을 지급하고, 긴긴 기다림의 날을 보내는 자신들을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는 이들을 향해 커스튬 주얼리의 추종자들은 이렇게 외친다. “진짜인지 가짜인지가 무슨 소용이죠? 예쁘면 그만이지!”

직접 구입하는 주얼리의 매력
소피아 로렌과 윈저 백작 부인 세대 이전의 여자들에게 주얼리를 직접 구입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행위였다. 그들은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들에게서 사랑의 징표로 주얼리를 선물받는 일을 당연하게 여겼다. 때로 그 주얼리의 산술적 가치와 소유한 주얼리의 개수가 한 여자의 매력을 증명하는 지표라고 믿었다. 따라서 그들의 주얼리는 그것을 선물한 남자와의 사랑이 끝남과 동시에 그 빛을 잃었다. ‘언제든 돈으로 바꿀 수 있는 값비싼 무언가’ 외에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전락한 그 물건들은 때로는 하나씩, 때로는 수백억원어치씩 경매장으로 흘러나왔다. 그러나 오늘을 살아가는 여자들, 그중에서도 주얼리의 진정한 매력에 흠뻑 빠져 있는 여자들은 스스로 산 주얼리일수록 그 매력이 배가된다고 말한다. 믹 재거의 딸이자 주얼리 디자이너이기도 한 제이드 재거의 말을 들어 보자. “사연을 갖고 있는 주얼리는 세월이 갈수록 그 주얼리가 품고 있는 사연에만 집중하게 만들어요. 그렇게 되면 주얼리 자체가 갖고 있는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낄 수 없죠. 주얼리는 받는 것이라는 생각을 버릴 수 있다면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구입하세요.”

여자들은 여전히 화려하고 대담한 것을 원하지만 그들이 주얼리를 대하는 방식은 끊임없이 변한다. 지금 이 순간,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이 아니라 그 물건이 자기에게 주는 만족감의 크기. 지금으로부터 긴긴 시간이 흐른 어느 날, 2007년 이전을 경험한 어머니와 그렇지 않은 딸 사이에 이런 대화가 오갈지도 모르겠다.

“옛날, 아주 먼 옛날에 보석이 돈처럼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단다. 사람들은 부동산에 투자하고, 주식을 사들이는 것처럼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반지를 사 모았지. 그래서 그땐 가짜 다이아몬드를 진짜라고 속여 파는 사람도 무척 많았어. 주얼리를 직접 사는 여자들의 수도 그리 많지 않았단다. 여자들은 주얼리란 당연히 남자에게서 선물받는 거라고 생각했지.” “에이, 정말요?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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