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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blog] 한류에 빠진 중국 여대생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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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번 주초에 중국대학체육협회가 주최한 국제대학축구대회 취재차 우한(武漢)으로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한국.캐나다.홍콩 대학선발과 중국의 상위권 3개 대학이 출전한 대회였습니다.

대회가 열린 우한대학 스타디움에는 매일 1만 명 가까운 관중이 몰렸습니다.

대부분 우한 지역 대학생인 이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경기가 끝나도 자리를 뜨지 않고 마지막 경기까지 열심히 관전했습니다.

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팀은 한국 대학선발이었습니다. 다른 팀보다 한 수 위의 기량을 과시했고, 매너도 좋았기 때문이죠. 한국 팀이 7~8차례 빠른 패스를 연결하거나, 빼어난 개인기로 상대 수비를 돌파할 때는 "와~"하는 탄성이 터져나왔습니다.

결승전에서 한국이 중국 재경정법대를 2-1로 꺾고 우승하자 수백 명의 여학생이 그라운드에 몰려나와 '난리 법석'이 벌어졌습니다.

이들은 준비한 선물을 한국 선수들에게 전달하고, 사진을 찍으며 환호성을 터뜨렸습니다. 이 바람에 선수들은 시상식이 끝나고도 30분 정도 경기장을 빠져나가지 못했습니다.

여학생들은 선수단 버스까지 몰려가 차창 밖으로 선수들과 악수를 했습니다(사진). 한 선수가 유니폼을 벗어 던져주자 서로 차지하려고 작은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중국 여대생들이 왜 한국 대학 축구선수에게 열광했을까요. 이유는 '한류(韓流)'에 있었습니다. 대회 통역을 맡았던 조선족 대학생 박향옥씨는 "한국 드라마가 이곳에서 큰 인기입니다. 드라마를 본 여자들은 한국 남자들이 멋지고 매너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공격수 조동건(건국대) 선수는 실력도 뛰어났지만 외모가 가수 비를 닮았다고 해서 가장 인기가 높았습니다.

중국인들은 축구에서 '공한증(恐韓症)'을 느끼고 있고, 이것이 한국인에 대한 나쁜 감정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요즘은 많이 누그러졌다고 합니다. 중국 프로팀 상하이 선화의 수석코치를 역임했던 조선족 추명(47)씨는 "5년쯤 전부터 '축구는 한국을 이기기 힘들다'며 체념하는 분위기가 퍼졌다"고 말했습니다.

어쨌든 한국 축구선수들이 중국에서 환영과 박수를 받는 장면은 보기 좋았습니다. 올해부터 한.중 대학축구 정기전도 열립니다. 양국이 서로 이해하고 친선을 증진시키는 데 축구가 한몫했으면 좋겠습니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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