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도 탈냉전 결실”/일 언론이 보는 한­중수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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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중국,대만 국제지위 향상에 초조/일,대북수교에 「한국눈치」짐 덜어
일본은 한중국교수립이 정식발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식적인 논평은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비공식적으로 이를 확인하면서 한중수교가 동북아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에서 기본적으로 이를 환영하고 있다.
일본은 이와 함께 북한과의 수교회담,북한과 대만이 앞으로 취할 행동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 지금까지 북한과 일본의 수교이후로 미루어질 것으로 보이던 한중수교가 앞당겨진 배경에도 깊은 관심을 표시했다.
한중수교는 탈냉전의 파도가 드디어 동북아에도 찾아온 것으로 이는 움직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본은 한중수교가 동아시아 국제정치에 복잡한 영향을 미칠 것이나 이 지역의 안정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 한국이 북한의 유일한 후견자인 중국과 관계를 맺음으로써 북한을 견제하고 우세한 입장에서 남북회담을 이끌어가는 한편 내정면에서 대통령선거에 한중수교를 이용하기 위해 서두른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중국은 상당한 경제성장을 이룩한 한국과의 국교수립으로 자국의 경제발전에 도움을 주고 대만을 고립시키는 효과를 거둔다는 점에서 국교를 서두른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북한과 일본의 국교수립이후 한중수교를 한다는 북한에 대한 배려를 저버렸다. 이는 세가지 이유에서 비롯됐다고 일 언론들은 분석했다.
하나는 중국이 북한에 대해 그동안 할만큼 의리를 지켰다는 점이다. 둘째 개혁과 개방을 하라는 중국의 충고를 북한이 받아 들이지 않는데 대한 경고다. 셋째 경제력을 앞세운 대만의 국제적 지위 강화에 중국이 초조했다는 점이다.
일 외무성은 한중수교가 북한과 일본과의 수교회담에 일단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국제정세의 변화를 받아들여 외교노선이 유연해 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일본은 북한과 국교정상화회담을 진행할때 한중관계진전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짐도 덜게 됐다. 또 북한과 관계가 깊은 중국이 한국과 수교함으로써 일본의 대북한 수교교섭환경도 한층 정비됐다. 북한은 북한대로 중국의 압력, 고립감 등에서 탈피하려고 일본 및 미국과의 수교교섭을 서두를 가능성도 있다. 하여튼 한중국교 수립은 미소중일 등 주변 4강대국의 남북한 교차승인이라는 측면에서 일보 전진, 북­일국교 교섭에 좋은 방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일본은 보고 있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한중수교가 이뤄진다고 해서 수교 회담에 임하는 일본의 태도가 급격히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주일한국대사관 고위소식통도 핵문제나 과거문제·배상 등의 난제가 있으므로 일본과 북한 양국이 무조건 국교를 트고 보자는 식으로 나오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한중수교가 일본·북한의 수교교섭에 좋은 재료는 되나 전격적인 수교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한편 대만은 한중수교를 예상했으나 막상 현실로 닥치자 실망과 노여움을 갖는 것 같다. 최근 대만은 경제력을 배경으로한 외교공세로 상당한 성과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냉전시대의 맹방 한국을 잃어 실망이 큰 것으로 여겨진다.
또 대만은 한중수교를 의식, 6월 북한의 고위인사들을 초청하는 등 북한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비공식적으로 상당한 경제교류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만­북한의 이러한 교류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정부소식통은 북한이 중국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할 각오를 하지 않고서는 대만과 깊은 관겨를 맺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또 이 소식통은 북한에 선택의 여지가 없으므로 한중수교가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를 급격히 냉각시키거나 긴장관계로 몰고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만도 자존심과 일시적 분노로 한국에 대한 경제제재 등을 하겠지만 경제관계는 계속 유지할 것으로 일본은 관측하고 있다.<동경=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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