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 소탕,큰 사건 완결부터(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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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검의 상반기 범죄분석을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사기사범은 무려 33.1%,도박·복표사범도 27.8%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는 강력범죄가 0.6%,부동산투기사범이 28%,식품위생법 위반사범이 40.7%나 줄어든 것과 아주 대조적이다.
이같은 범죄양상은 현재의 경제현실과 사회상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사기사범이 크게 늘어난건 경제상황이 그만큼 나빠져 기업도산과 부도 등이 많아진 결과이며 부동산투기사범이 줄어든건 부동산경기의 침체,식품위생법 위반사범이 적어진건 유흥업계가 불경기속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본적으로는 상반기의 범죄양상을 놓고 새삼스레 사회상을 개탄할 것도 없고 식품위생법 위반이나 부동산투기사범이 줄어들었다고 반가워할 것도 없다. 또한 이러한 범죄양상이 근본적으로는 현재의 경제현실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이상 단속과 처벌만으로 큰 성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다만 이러한 상황에서는 경제활동이 정상적이고 적법하며 장기적인 것이기 보다는 편법적이고 찰나적이며 다분히 한탕주의적인 쪽으로 흐르기 십상이다. 때문에 수사당국으로서는 유형별·사안별로 표본이 될만한 사건들을 적시해 경각심을 일깨우고 지도급 인사들의 범죄는 엄중히 처벌해 혼란된 분위기를 가라앉히는데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20일 서울지검이 죄질이 나쁜 경제사범에 검찰력을 집중하기로 한 것은 일단 시기적으로 적절한 조치라고 본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가 숫자상의 실적만을 높이는 건수위주에 급급해서는 결코 안된다. 기소중지자 3천명을 대상으로 재수사에 나선다고 했으나 더 절실한 것은 이런 수많은 묵은 사건보다는 현재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주요 사건에 대한 끈기있는 추궁을 통해 범죄예방효과를 거두는 일일 것이다.
근자에만 해도 개탄을 자아내는 사기사건이 꼬리를 물어왔다. 정보사 땅사건의 기억이 희미해지는가 했더니 유명사립학교의 이사장과 교장이 공금을 유용하고 해외에 도피했는가 하면,시의회의원이 40억원을 사기했고,또 영화감독 겸 제작자가 12억원을 사취한 뒤 역시 해외로 도피했다. 그런가 하면 권력층을 빙자한 크고 작은 사기가 끊이질 않고 있다.
수사당국은 이같은 사회적 물의가 컸던 사건들에 수사력을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수사력의 낭비도 적고 일벌백계의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요즘 이른바 지도급 인사들은 사건이 터지면 해외로 도피해 버리거나 장기잠적해 버리곤 한다. 외국과의 수사공조체제를 넓히는 등 이쪽에 수사를 강화해 빠짐없이 법적처리를 해야 한다. 큰 사기꾼은 놓치고 송사리만 잡았다해서는 모처럼의 검찰의지도 무색해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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