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부양책은 「올바른 정치」/양재찬 경제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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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통령 후보인 양김씨가 정부당국에 증시대책을 촉구했다. 18일 지방에서 사실상의 대통령선거 유세전에 들어간 각당 후보들은 한결같이 주식시장을 걱정했다.
이같은 정치권의 요구와 맞물려 당국에선 여러가지 증시안정화 방안을 검토중에 있으며,이같은 사실이 시장에 알려지자 18일 주가는 큰폭으로 오르내렸다. 그러나 이날 한때 15포인트까지 급등하던 주가는 막판에 대우그룹의 신당창당 자금지원설이 다시 퍼지면서 13포인트가 급락하는 상황을 빚었다.
지난 5일 종합주가지수 5백선이 끝내 무너짐으로써 주가가 사상 최고치(89년 4월1일 종합주가지수 1천7.7)에 비해 반토막이 돼버린 것도 바로 대우그룹 김우중회장의 신당추진설 때문이었다. 다들 5백선은 버텨줄 것으로 믿었는데,느닷없이 나돈 신당설에 거꾸러졌다. 김우중회장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대우그룹 등 계열그룹군의 대형제조주는 약세를 면치못해 주가하락을 부채질 했으며,이종찬의원의 민자당 탈당에 이은 신당추진이 다시 대우그룹과 연결돼 있다고 소문이 이어지는 것이다.
기업의 총수가 정치를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넘어갈 수도 있지만,작년 5월부터 현대그룹 및 국민당 정주영대표와 당국간의 갈등이 빚어온 정치·경제분야의 질곡과 현대그룹 계열사의 주가하락을 경험한 투자자들로선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게 당연하다. 최근의 주가하락은 기본적으로 실물경기가 좋지 않고 증시안 수급상황 등 경제적인 여건이 나빠서이기도 하지만,정국불안 등 외생변수가 더욱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보사부지 사기사건,신행주대교 붕괴사고 등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구조적 성격의 사건에다가 국회는 원구성도 못하면서 파행만을 거듭했다.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연기 등 커다란 사업을 둘러싼 당정간의 갈등이 표면화 됐으며 남북관계,자치단체장선거,경제의 어려움 등은 통치권 차원에서 풀어야할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터다.
국민들이 뽑아준지가 언제인데 여지껏 국회 원구성도 못한 정치권이 갑자기 증시부양책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지금 주가로는 대통령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염치없는 계산에서 나온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 싸다.
지금 거론되고 있는 증시부양책은 그 형평성이나 경제의 효율성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구석이 많다. 그러나 돈 안들이면서 효과도 오래 대단하게 낼 수 있는 확실한 부양책이 있다. 바로 정치권에서부터 제대로 일을 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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