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폭락 바르게 보고 대처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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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요즘 경제가 도대체 어떻게 돼가는지 알 수 없다는 소리가 날로 높아간다. 정부는 거시경제지표를 제시하며 그동안 우리 능력에 맞지않게 부풀려져 왔던 거품이 빠지는 과정에서 약간의 고통이 따르는 것일뿐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한다. 물가도 안정되고 무역수지도 개선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낙관론을 펴고 있다.
그런데도 주가는 바닥을 치고 올라설 기미를 보이지 않은채 사상 최저치 경신을 계속하고 있다. 이러한 증시의 폭락장세는 위기의식으로 확산되고 있기까지 하다.
상장회사들의 올 상반기 실적에서 나타났듯 기간산업의 순이익 증가율은 마이너스 10%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제조업의 인력 이탈현상은 멈추지 않고,기업의 설비투자도 여전히 감소추세다. 그것이 아무리 구조조정과정의 몸살이라 하더라도 우리나라 산업체가 올림픽 7위에 걸맞는 중진국 선두주자다운 경제를 버텨가기엔 아직도 극복해야될 험난한 고비가 너무나 많다는 비관론이 힘을 더해가고 있다.
이런 당면 경제문제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좁히지 않고선 올바른 대책이 나오기 어렵다. 지금까지 잘 이끌어 왔는데 무슨 사단이 나겠느냐는 현실무마적 입장에 주가는 끌어 올리고 세금은 가능한한 끌어내려야 선거에 이길수 있다는 정치적 고려까지 겹쳐 정부의 재정금융정책에 섣불리 손을 대려는 움직임이 있는 모양이다. 우리의 경제체질에 대한 정확한 진단없이 응급 처방이 내려져서는 곤란하다. 경제의 합리성과 효율성에 바탕을 둔 정치적 결단이 조화되지 않고서는 백약도 소용이 없다. 한은특융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떨어지고만 있지 않은가.
주가지수는 정권지수라고 부르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경제체질을 강화하기 위한 근본대책 없이 내놓는 「반짝부양책」은 언제나 반짝호재로 끝났으며,불확실성의 임기응변형 정책은 오히려 장기악재로 시장을 눌러온 것이 우리의 경험이다.
상장사들 가운데 제조업의 채산성 악화가 연말과 내년까지 계속 이어진다면 사태는 매우 심각하다. 세계 3극체제하의 경제블록은 한국산업체의 경쟁력 강화없이는 더이상 수출시장이 되기 어렵다.
정부·여당은 이미 수차례 공언한 통화와 재정긴축을 통한 물가안정 및 지속적인 산업경쟁력 강화대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특히 정치권이 정략에 따라 현실경제를 지나치게 비관적으로,또는 낙관적으로 몰아갈 때 거기서 나온 대책이란 결국 경제를 왜곡시킬 뿐이다. 지금의 경제를 올바로 인식하고 대응책을 강구하려는 노력이 어느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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