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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일생 '극과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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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어디서 태어나느냐에 따라 운명은 극명하게 갈린다. 삶의 질과 평균 수명이 지역별로 심한 편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18일 발표한 2003년 세계보건보고서에 따르면 최장수 국가는 일본으로, 일본여성의 평균수명은 85.3세다.

최단명 국가인 시에라리온 여성의 평균수명은 35.7세. WHO는 '하나의 지구;두개의 세계(두 소녀의 이야기)'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일본과 시에라리온에서 아이코와 마리암이란 이름의 '가상의 보통 여성' 두명을 선정, 일생을 비교했다. 마리암의 삶이 너무 짧고 애처롭다.

아이코는 구마모토(熊本)현 후쿠오카(福岡)의 한 산부인과 병원에서 태어났다. 출생 후 정기적으로 홍역과 디프테리아.소아마비 등 예방접종을 받아왔다. 같은 시기에 태어난 아기 1천명당 사망자는 4명.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를 거쳐 의과대학을 나와 구마모토 중앙병원에 취직한다.

30세에 첫딸을 낳고 1년간 육아휴직을 받는다. 36세엔 매년 갑상선 기능이상과 유방암 정기검사 등 연간 5백50달러(약 60만원) 이상의 의료서비스를 받는다. 80세가 되는 해에 그녀는 의료시설과 전문인력이 갖춰진 양로원에 들어가 생활한다.

그러나 프리타운의 빈민가 카니카이에서 태어난 마리암의 인생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출생 당시 체중미달과 비타민 결핍상태였던 마리암은 예방접종은 고사하고 성장기에 영양식도 제대로 못 먹었다.

학교 교육은 사치였고 6세에 또래 소꿉친구 10명 중 3명은 영양실조와 홍역.말라이아 등으로 숨졌다. 16세에 첫 아이를 가졌지만 사산했고 17세에 쌍둥이딸 출산을 시작으로 모두 6명의 자녀를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 낳았다.

남편이 에이즈를 옮겨 30세엔 정상적인 삶이 불가능해졌다. 정부가 주는 의료비는 연간 3달러(약 4천원). 결국 손 한번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그녀는 34세에 죽었다. 고아가 된 17세인 두 딸과 어린 자녀들이 불행했던 그녀의 전철을 다시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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