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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선임 임시 이사는 위기 관리자일 뿐 정식 이사 선임은 부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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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대법원장 이용훈, 주심 대법관 김황식)는 17일 "정부가 선임한 임시 이사들이 일방적으로 정식 이사를 선임한 것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전 상지학원 이사장 김문기(74)씨 등 상지대 옛 이사들이 학교법인 상지학원을 상대로 낸 이사선임 무효확인소송 상고심에서다. 대법관 8명은 다수(원고승소)의견을, 5명은 소수(반대)의견을 냈다.

상지학원의 현 이사진 9명(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 김범일 가나안농군학교 교장, 이영수 경기대 교수, 하죽봉 변호사, 이필상 고려대 교수, 안병욱 가톨릭대 교수, 김승오 신부, 김윤자 한신대 교수, 장주영 변호사)은 이날짜로 자격을 잃게 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학교법인 자체의 정체성과 자주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선임한 임시 이사는 학교법인이 재단 비리 등으로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때 임시로 운영을 맡는 위기 관리자일 뿐이며 정식 이사를 선임할 권한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임시 이사회 결의에 의한 정식 이사 체제로의 전환은 사학 운영의 자유를 영구적으로 제한하는 것으로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소수의견을 낸 대법관들은 ▶법적 제한이 없는 한 임시 이사들은 정식 이사와 같은 권한을 가졌으며▶학교법인의 자주성에 지나치게 경도돼 임시이사 제도 등 학교법인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각종 제도 자체를 부인하는 것으로 귀착될 염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이사장은 선고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법과 양심이 살아 있는 판결을 환영한다. 초심으로 돌아가 모든 것을 걸었던 학교를 되찾고 인재 양성을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승현 기자

◆ 상지대=1974년 김문기씨가 재정 위기 상태였던 재단법인 청암학원을 인수해 학교법인 상지학원을 설립하고 강원도 원주시에 상지대를 세웠다. 93년 김씨의 학교 공금 횡령 및 부정입학 사건이 터지면서 학내 분규가 장기화됐다. 이후 2003년까지 10년간 임시 이사 체제로 운영됐다. 임시 이사 운영 과정에서 정태화.서동만(전 국정원 기조실장) 교수 등 진보 성향의 인물이 영입되고, 강만길 전 고려대 교수 등이 총장을 맡았다. 2003년 12월 상지대 임시이사회가 변형윤 전 서울대 교수 등 9명을 정식 이사로 선임하면서 정상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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