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에 몸적셔볼 틈 없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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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피서객들이 그동안 쌓였던 피로를 씻고 즐겁게 되돌아가는 모습을 볼때 뿌듯합니다』
피서철이면 어김없이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임해행정 봉사실 파견근무를 자원해 10년째 피서객의 편의를 돕고 있는 부산시 우1동사무소 직원 박대근씨(41·8급).
공직생활 10년동안 한해도 빠짐없이 해수욕장 관리를 맡아온 박씨는 『피서객들이 해수욕장의 모래 한줌이라도 내집 물건처럼 소중치 여기는 것만이 다함께 유쾌한 휴가를 즐기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해운대 해수욕장은 하루 수십만명이 왔다가는 곳이라 자연히 말도 많고 탈도 많을 수밖에 없어 공무원들에겐 솔직히 말해 얼씬도 하기 싫은 마의 해변.
그러나 박씨가 이곳 근무를 자원하는 것은 해운대 해수욕장은 부산의 얼굴인데다 자신의 봉사로 하루 수십만명이 즐거워하는 보람된 자리이기 때문이다.
박씨가 담당하는 일은 백사장 관리에서 바가지요금·불량식품 단속, 미아·익사방지, 음수전 관리에 이르기까지 피서객들의 손발이 닿는 곳은 모두인 셈이다.
임해 행정 봉사실은 총무과장이 직제상 실장으로 돼있지만 상근 파견근무는 박씨등 2명뿐이어서 박씨가 사실상 해수욕장관리 야전 사령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해수욕장 근무 10년에 보람된 일들도 많았으나 당장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견디기 힘든 것들도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바가지요금 단속과정에서 심한 욕설을 당하는 것은 예사고 단속에 앙심을 품은 업주 등으로부터 잦은 협박과 폭행을 당하기도 한다.
실제로 박씨는 90년 잡상인 단속을 하다 이들이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했다」며 고소,
경찰에서 조사까지 받았고 지난해에는 집으로 돌아가다 단속에 앙심을 품은 업주등에게 집단 폭행 당해 전치 3주의 상처를 입기도 했다고.
해수욕장 공식 개장기간은 62일이지만 박씨의 근무기간은 준비기간을 합해 총 82일.
초여름부터 가을문턱까지 자신은 여름내내 바닷물을 한번도 적셔보지 못한채 긴긴 여름을피서객들을 위해 바치는 것이다.
바다근무는 긴장의 연속이어서 여름한철 지나면 몸무게가 5∼6kg빠지는 것은 보통이라고한다.
특히 지난 5월에는 해마다 바다근무로 피로가 누적된 탓에 위궤양이 악화, 한달간 입원하기도 했다.
박씨의 지난 10년간 근무경력은 곧 해운대 해수욕장 변천사나 다름없다.
그가 근무할 초창기만해도 주로 서울등 대도시의 부유층에서 휴가를 위해 이곳을 찾았으나 지금은 가족단위로 부산인근의 서민층에서 즐겨찾는 곳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해수욕철마다 말썽이 된 쓰레기도 버리는 양이 줄어들고 무질서도 크게 개선되고 있는 등 시민의식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고 박씨는 말한다.
그러나 박씨는 『아직도 쓰레기를 아무 곳에나 버리는 얌체 피서객들이 많다』며 『다함께 소중히 이용해 국내 최대 해수욕장의 명성을 지켜줬으면 한다』고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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