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둔 경찰 수뇌인사(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경찰수뇌부에 대한 갑작스런 인사는 의아스러운 느낌부터 준다. 김원환 전경찰청장은 취임한지가 1년도 못됐다. 또 그는 재임하는 동안 뚜렷이 내세울만한 업적도 쌓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역대 경찰총수에 비해 실적이 뒤졌다고도 보기 어렵다. 그런데 왜 일반 국민이 보기에 느닷없이 교체된 것일까.
우리가 전청장에 대한 평가와 관련해 이번 인사에 관심을 갖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어느 개인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다. 다만 우리가 이번 인사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경찰청장이 민생치안의 실무책임자란 사실뿐 아니라 시기가 시기이기 때문이다.
물러난 전청장은 인사적체를 덜어주기 위해서 퇴임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물론 그가 물러남으로써 인사적체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을 위해 꼭 경찰총수가 물러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역대 경찰총수의 재임기간이 평균 11개월 이었다는 설명도 있으나 어디까지나 「평균」일뿐 꼭 그 기간을 적용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이번 인사의 진짜 배경은 그동안 전청장이 간부인사를 제때에 적절히 처리하지 못함으로써 내부의 동요와 잡음을 일으켜 온데다가 정기인사 시기 및 내무부장관과의 불화까지 겹쳐 그것이 증폭되어 온데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어찌됐든 국민의 입장에서 볼때 그것은 2차적인 관심사다. 국민이 걱정하는 것은 그렇지 않아도 정권말기의 이완현상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는 판에 사회안정의 첨병역할을 하는 경찰부터가 인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됐다는 점이다.
며칠전에는 현직 경찰관이 대낮에 날치기를 하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사건이 벌어졌다. 15만명에 이르는 경찰 가운데 그런 일도 있을 수 있으려니 하고 넘길 수도 있으나,아무래도 경찰기강이 흐트러져 있다는 느낌을 지우긴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간부직마저 동요한다면 사회안정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다가 후임인사를 보면 이건 대선을 위한 경찰체제의 정비라는 인상이 역력하다. 역대 정권이 예외없이 선거를 앞두고는 경찰체제를 정비했는데 새삼 무슨 문제냐고 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논리는 경찰이 선거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치겠다는 공공연한 주장밖에는 되지 않는다.
경찰엔 앞으로 대대적인 후속인사가 예정돼 있다. 만약 여권이 대선만 의식한 인사를 한다면 눈앞의 대선에는 다소 도움이 될는지 모르나 내부의 동요로 경찰기강은 더욱 흐트러질 것이다. 인사는 어디까지나 능력과 서열에 따른 공정성을 유지해야 한다. 국민은 앞으로의 경찰인사를 깊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