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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대 '창단 50돌 자부심' 성대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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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13일 창단 50주년 기념 경기에 모인 성균관대 미식축구부원들과 동문 선배들이 미식축구의 기본 동작인 ‘다운 자세’를 취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태성 기자


"옛날 선배들은 살에 모래가 박힐 정도로 독하게 훈련했다는데 요즘은 안 그런 것 같아. 하여튼 미식축구라고 하면 치가 떨립니더. "(김정인.여.64)

경상도 할머니의 걸걸한 말투에 좌중에 폭소가 터졌다. 성균관대 미식축구부 창단 50주년 리셉션 자리였다. 김씨는 성대 미식축구부 초창기 멤버 손자섭(행정학과 59학번)씨의 부인. 두 아들도 성대에서 미식축구를 했고, 둘째 무일(38)씨는 아버지를 이어 미식축구부 코치를 맡고 있다.

한국 최초의 미식축구팀인 성대 미식축구부가 창단 반세기를 맞았다. 13일 서울 도봉동 성대 도봉선수촌 구장에서 50주년 기념 '챔피언스 보울'이 열렸다. 지난해 가을철 대학연맹전 우승팀 성대가 서울 지역 사회인리그 최강 서울 바이킹스를 초대했다. 성대는 힘과 패기로 몰아붙였지만 선배들의 '관록'을 당해내지 못하고 0-14로 완패했다. 경기에는 졌지만 이어진 리셉션 자리는 칠순의 대선배부터 올해 신입생까지 어우러져 웃음꽃이 피었다.

성대 미식축구부는 1957년 일본 대학에서 미식축구를 접했던 사람들이 모여 창단했다. 당시에는 헬멧과 어깨 보호대 등 장비가 태부족했다. 부평의 8군 폐품창에서 미군들이 쓰다 버린 장비들을 구입해 구색을 맞췄다. 헬멧은 종이를 압축해 만든 것이었다. 열악한 장비에다 규칙도 제대로 몰랐던 때라 부상자가 속출했고, 경기 중 패싸움이 벌어지기 일쑤였다. 그래도 이들은 '가장 남성적인 스포츠'를 한다는 자부심으로 명맥을 이어나갔다. 성대에 이어 고려대.한양대 등에 잇따라 미식축구부가 생겨났다. 지금은 전국 38개 대학에 미식축구부가 있다.

다른 대학과 마찬가지로 성대 미식축구부는 체육특기자가 아니라 일반 학생들로 구성된다. 18년째 무보수로 후배들을 지도하고 있는 홍재황(행정학과 64학번) 감독은 "학점이 평균 3.0(4.5 만점)을 넘지 않으면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는 원칙을 지금까지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선후배 간의 규율이 엄격한 만큼 졸업 후에는 나이에 상관없이 선배를 '형'으로 부르는 끈끈한 정이 이어진다. 250여 명의 미식축구 동문은 법조계.재계.학계 등에 넓게 퍼져 활발하게 일하고 있다. 대학 스포츠가 가야 할 '아마추어 정신'을 이들은 보여주고 있다.

이들이 '미친 축구'라고 부르는 미식축구의 매력은 무엇일까. 서울 미식축구협회 남광호(법학과 78학번.변호사) 회장은 "미식축구는 가장 격렬하면서도 과학적인 스포츠다. 11명 모두에게 고유한 임무가 있고, 이를 빈틈없이 완수해야 득점을 올릴 수 있어 희생정신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머리도 좋아야 한다. 대학팀에서 구사하는 작전이 50개가 넘는다. 작전도를 그려넣은 파스를 팔에 붙이고 경기에 나오는 선수도 있었다고 한다.

현 주장인 주영근(경제학과 3학년) 선수의 말에는 반백년을 이어온 성대 미식축구부의 자부심이 배어 있다.

"미식축구는 인생을 가르쳐주는 스승이고, 평생을 함께할 친구입니다. "

정영재 기자 <jerry@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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