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의 반러.친서방 국가들을 끌어들여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에 맞서려던 미국과 유럽의 시도가 좌초 위기에 처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강력한 외교력에 밀린 것이다.
◆ 반(反)러 에너지 동맹 무산=우크라이나.그루지야.아제르바이잔.리투아니아.폴란드 등 러시아와 갈등관계에 있는 옛 소련권 5개국 정상은 11~12일 폴란드의 크라쿠프에 모여 대러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을 논의했다.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의 초청에 따른 것이다. 그 하나로 카스피해 지역에서 생산되는 석유를 러시아를 우회해 유럽으로 공급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의 '오데사-브로디 송유관'을 폴란드 항구도시 그단스크까지 연장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그러나 정작 이 송유관에 석유를 공급할 수 있는 카자흐스탄의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불참함으로써 회담은 알맹이 없이 끝났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폴란드에 갈 것이라던 약속을 깨고 같은 시간 투르크메니스탄에서 푸틴 대통령과 회담했다.
◆ 투르크 가스도 러시아로=중앙아를 순방 중인 푸틴 대통령은 12일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이 나라의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함메도프 대통령,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등과 3자 정상회담을 하고 투르크메니스탄 가스를 러시아로 운송해 유럽으로 수출하기 위한 새 가스관을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중앙아시아의 최대 가스 생산국인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카자흐스탄을 거쳐 러시아 가스의 유럽 수출망으로 연결되는 총 연장 510㎞ 가스관이다.
이 합의로 카스피해 해저에 가스관을 깔아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생산된 가스를 아제르바이잔과 터키를 거쳐 유럽으로 수출하려던 미국과 유럽의 계획이 커다란 타격을 받게 됐다.
유철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