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이정의 거꾸로 미술관] 세계화에 휩쓸린 아프리카의 초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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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 같은 현대미술의 거장이 원시 아프리카 조형물에서 깊은 영감을 받아 자신의 작업에 반영했다는 것은 이제 미술사의 상식이 되었습니다.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그 누구의 시선도 사로잡지 못한 미개의 원시성에서 그는 독창적인 에너지를 발견한 것이지요.

그로부터 약 1세기가 지난 지금. 여기 또 다른 현대 작가가 다시금 아프리카의 토속물을 작품 속에 가져옵니다. 투박하게 제작된 원시 목조인형의 양손에는 창과 방패 대신 어느 유명한 다국적 패스트푸드 회사의 감자튀김과 셰이크가 쥐여 있습니다.

10백년 전 현대미술이 아프리카에서 오염되지 않은 원초성을 읽어냈다면, 오늘날 현대미술은 제3세계조차 전 지구화되어 가는 현실을 진술합니다.

반이정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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