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예술 30년」결산 한다|백남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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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비디오예술가 백남준씨의 예술세계가 그의 회갑을 맞아 고국에서 본격적으로 재조명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비디오예술의 창시자 백남준씨의 대규모 회고 전 『백남준·비디오 때·비디오 땀』을 오는 30일부터∼9월6일까지 개최한다.
이 전시회에는 백씨의 60년대 초기작으로부터 최근작에 이르기까지의 대표작 1백50여 점을 총망라, 그의「비디오 예술30년」의 진면목과 시대적 흐름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한다. 백씨의 작품세계가 이처럼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이 회고 전에 맞춰 비슷한 기간동안에 국내 3개 화랑에서도 백남준 특별전이 열릴 예정이다. 현대화랑(30일∼8월20일), 갤러리 미건(29일∼9월3일), 원화랑(31일∼8월14일)등에서는 그가 그동안 국내 전을 통해 발표해왔던 비디오·네온 입체작품, 판화 및 평면작품 등 다양한 작품이 출품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의 회고 전에는 대표적인 비디오작품들과 함께『굿모닝 미스터 오웰』(84년),『바이바이 키플팅』(86년)등 위성중계 되었던 작품들이 비디오테이프로 방영되며 작가와 관련된 사진·드로잉·인쇄물 등으로 그의 인생역정을 살펴볼 수 있는 자전적 공간도 마련된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는 백씨가 고국 전을 기념해 한국의전통과 역사 속에서 소재를 끌어내 새로 제작한『동대문』『한자 TV』『바보온달』『서울양반』등 신작들도 선보인다.
주요 출품작들을 살펴보면 종교·예술·교육·자연 등 13개의 주제를 25개의 TV로 구성해 교회형태로 형상화시킨『파우스트』,1년 12개월을 상징하는 12개의 흑백 TV로 초승달부터 보름달·그믐달까지 달을 시적으로 표현한 『TV Mo-on』, 부처조각과 마주보고 있는 부처 상을 제시해 동양적 명상의 세계를 보여주는『TV Buddha』등이 전시된다.
이번 전시회에 맞춰 작가 백씨가 오는14일 귀국, 작품을 새로 제작하고 해프닝을 펼칠 예정이다. 백씨는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되어있는 비디오 작품『다다익선』을 대형멀티비전으로 새로 변형시켜 웅장한 비디오예술의 새로운 경향을 선보일 계획이다.
그는 또 오는 8월1일 문예진흥원에서 무용가 김현자씨(부산대 교수)와 함께 춤과 비디오가 어우러지는 이색적인 행위예술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세계미술계로부터도 주목받고 있다. 세계적인 미술사학자 바바라 로스박사와 미국 휘트니 미술관의 데이비드 로스관장 등 외국미술계의 저명인사 20여명과 프랑스 카날프러스TV·뉴욕타임스 보도진이 내한할 예정이다. 이들은 30일∼8월3일 힐튼호텔에서「20,21세기의 예술적 전환」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가진다.
백남준씨는 일찍이 지구촌을 하나로 묶는 전자커뮤니케이션시대가 도래할 것을 예견하고 회화와 조각이라는 기존예술의 개념을 넘어「시간예술」로서의 비디오예술을 창시, 환상적인 인류의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지난63년 독일 부버타시의 파르나스 화랑에서 세계최초의 비디오예술 전『음악전람회-전자TV』를 개최해 TV의 일방적인 전달역할에서 상호소통의 예술매체로의 가능성을 제시함으로써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는 이후 세계 각 국에서 영상과 전자색채를 이용한 독특한 작품세계를 발표, 세계적인 작가로 부상했다.
독일의 미술전문지「캐피탈」은 지난해 그를 세계 1백대미술가의 한 명으로 선정했으며 작품가격도 세계 랭킹32위로 발표했었다. 또 그의 예술세계에 관한 미술연구서가 10여 종에 이르며 프랑스 파리 8대학이 정규 커리큘럼에「백남준 비디오론」을 개설할 정도로 세계적으로 성가를 높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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