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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시장 2단계개방 간접수입 여파컸다/개방1년… 정부·업체의 평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수입품 거부감줄고 “과소비”부채질/실제진출 17사뿐… 직접피해는 적어
『유통시장 2단계개방 이후 우려했던 외국업체의 진출이 적어 직접피해는 별로 없었다』­.
지난해 7월1일 1천평방m내 매장 10개까지의 범위에서 외국기업의 직접투자 진출을 허용한 2단계 유통시장 개방 1년을 앞두고 정부·업계가 공동으로 내리는 평가다.
당시 국내업계는 외국 유명업체,특히 일본기업들이 월등한 자본과 기술을 앞세워 「무더기 입성」할 것으로 우려했지만 실제 진출했거나 준비중인 외국업체는 17개사에 불과했다. 순수하게 이번 2차 유통시장 개방으로 자격이 생겨 들어온 곳도 스웨덴의 전자업체 일렉트로룩스 등 세곳뿐이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민중기유통이사는 『현재 허용규모로는 외국업체들이 사실상 본격적인 영업을 하기 어렵고 미국 유통업체들은 국내의 물류시설 부족·무자료상품 등 걸림돌이 많아 꺼리고 있다. 특히 많은 일본 전자제품들이 수입선 다변화 품목으로 수입이 금지돼 있고 일본내에서도 최근 대규모 소매점포법(대점법)이 개정돼 일 대형유통업체들은 지방진출에 바쁜데다 일 통산성도 반일감정 악화를 우려해 한국진출 자제를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2단계 유통시장 개방은 오히려 간접적으로 수입을 확대시킨 여파가 더 컸다는 지적이다.
작년 7월 이후 다섯달동안 외제 가전제품 취급점이 2백여개가 늘어날 정도로 수입업자·판매점이 대폭 많아졌고 국민들 사이에도 수입품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든데다 일부계층의 과소비문제 등을 낳는 등 간접적이면서도 실질적인 여파가 컸다.
서울 용산전자랜드에는 일본산 가전제품이 쌓여 동경시내 가전제품상가 아키하바라에 빗대어 「한국의 아키하바라」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다.
그러나 앞으로 국내경기가 나아지고 외국업체들이 시장조사를 마치면 곧 상륙바람이 불 것이라고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최근 일본 소니사 대형광고판이 남대문을 내려다 보며 세워지고 네덜란드의 필립스사가 광고공세를 펴자 가전업계는 『진출을 앞둔 이들의 이미지 제고전략』이라며 긴장하고 있다.
더욱 일 업체들은 미·유럽 업체들이 먼저 우리나라에 들어와 수입품 거부여론을 감쇄시킨뒤 본격적으로 진출한다는 공동전략을 짠 것으로 알려져있다.
지난 1년동안 국내업체들도 유통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한 것은 사실이다.
가전업계의 경우 자사 대리점을 영상기기 전문점·생활가전용품 전문점 등으로 전문화 하고 평균매장 규모를 20평 내외에서 25평으로 확장하는 한편 작년 9월부터 회사가 직접 소비자에게 물건을 배달하는 직배시스팀을 도입하는 등 물류를 강화했다.
한국 유통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23일 바코드를 도입한 업체수가 5백개를 넘어서 유통근대화도 크게 진전됐다. 정부도 작년말 가전업계의 대리점 지원금에 대한 이자세율을 실세금리가 아닌 실제액으로 계산키로 하는 등 법인세법을 개정,간접지원에 나섰다. 그러나 아직도 일부기업들은 『피해가 없어 잊고지냈다』며 무사태평한 모습이며 영세유통업체는 자금난 등으로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이 많은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내년에 예정된 3단계 개방에서는 고기·채소 등 15개 품목의 외국인 투자제한이 없어지고 투자허용 매장의 규모·수도 더욱 확대될 전망이어서 앞날은 더욱 험난하기만 하다.
상공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무리 장사기술이 좋아도 팔리지 않는 물건으로는 장사를 할 수 없다』며 『유통망 강화도 중요하지만 제품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오체영·정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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