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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영교수의열린유아교육] 유아에게 들려줘야 할 몇 가지 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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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교육자와 아동학자로 구성된 모임에서 조승희 총격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아동학을 전공한 이모 교수가 “이제 시작일 뿐이야. 앞으로 제2, 제3의 유사한 사건이 계속 터질 거야”라며 걱정을 했다. 그러자 중학교 1학년 아들을 둔 한 교수가 “반 아이들이 여러 명 모여 입에 담지 못할 말로 자신의 엄마를 욕하는 것을 듣고 우리 아이가 충격을 받았다”라고 했다. 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이들을 초ㆍ중ㆍ고교에 보내고 있는 젊은 교수들이 이와 유사한 일이 정말 많다고 걱정했다.

 많은 아이가 학교 선생님을 존경하지 않는 것은 물론 어머니조차 싫어하게 된 것이다. 왜 아이들은 옛날처럼 어머니를 생각하면 가슴이 저려오지 않을까? 대학입시에 모든 것을 걸고 공부시키는 동안 부모와 자녀 사이에 사랑의 끈이 끊어진 것은 아닐까? 엄마 아빠가 “공부해”라는 말은 많이 했지만, 자신과 타인을 사랑하고 배려하며,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느끼고 생각하는 일은 커서 자연히 배울 것이라고 놔둔 것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자신과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은 그냥 놔두어도 생기는 것이 아니다. 유아기 동안 어른들이 아이와 생활하며 몸과 행동으로 가르쳐야 겨우 배우는 어려운 일이다. 뇌에는 정서적 느낌을 저장하는 곳이 있고 기쁨의 회로도 있다. 영유아기 동안 부모가 작심하고 인격의 기초를 형성하지 않는다면 뇌에 사랑의 끈이 입력되지 않아 커서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물론 가족이나 불특정 다수에게 자신의 화를 뿜어내게 된다.

 자란 후에 성격을 고치는 일은 매우 어렵다. 프로이트는 커서 성격을 고치는 것은 해산의 고통과 같은 고통을 겪어야만 될 수 있다고 한 바 있다. 내 아이 네 아이 할 것 없이 어른들은 아이들이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항상 관찰하고 있다가 ‘여기 지금’의 원칙을 따라 바로잡아 주고 옳은 길을 가르쳐 주어야만 뇌에 긍정적인 자아감이 형성되고 원만한 대인관계 형성 능력도 생긴다. 영유아기는 사랑을 투자해야 하는 시기지 각종 학습에 휘둘리게 해야 하는 시기는 아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헤크먼 교수팀은 유아기에 1달러를 투자하면 성장한 후 16달러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반면 초등학교 시절에는 반 정도, 중ㆍ고등학교에서는 그보다 낮은 효과를 거둔다고 했다.  

이원영 중앙대 유아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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