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기의 남성패션탐구 - 멋쟁이는 사소한 것에 목숨 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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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수트 잘 입기 ②트렌치코트 ③셔츠와 넥타이 ④액세서리 ⑤캐주얼 ⑥베스트 드레서 되기

좋은 수트, 멋진 수트는 세상에 차고도 넘친다.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스타일에 품격과 센스를 더하고 싶다면 수트에 맞는 액세서리를 골라야 한다. 고급스러움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하니까.
과장은 금물이다. 절제의 미덕을 발휘해야 한다. 커다랗고 반짝거리는 액세서리는 피해야 한다. 금반지나 목걸이, 손목을 감싸는 수갑처럼 두툼한 팔찌들은 힙합 가수를 꿈꾸지 않는다면 멀리 해라. 그것들은 캐주얼한 청바지에나 어울린다. 여자친구가 선물한 값비싼 목걸이라 외면할 수 없다면 펜던트가 보이지 않도록 셔츠의 안쪽으로 넣어둬라.
수트가 안정된 보험라면 수트 액세서리는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펀드다. 좋은 펀드를 고르듯 다음 다섯가지 수트 액세서리 선택에 시간을 투자해보자. 포켓 스퀘어, 커프스 링크, 벨트, 양말 그리고 가방이다.

#포켓 스퀘어(pocket square)
재킷 앞, 가슴주머니에 꽂는 포켓 스퀘어는 손쉽게 품격을 높여준다. 중요한 행사에 초대받았다면 이것부터 챙기는 것이 좋다. 시상식에서 포켓 스퀘어를 잘 활용하는 연예인으로 이병헌을 꼽을 수 있다. 2년 전 영화평론가협회상 시상식에서 그는 스트라이프 수트에 화이트 셔츠를 입고, 화이트 컬러의 포켓스퀘어로 포인트를 줘 깔끔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물론 넥타이는 생략했다. 포켓 스퀘어를 할 때는 이처럼 타이를 생략하는 것이 좋다. 꼭 매야한다면 화려하지 않은 것이 좋다. 포켓 스퀘어 역시 화려한 컬러·소재보다는 면 소재의 화이트나 블랙이 훨씬 젊어 보인다는 점도 참고하자.

#커프스 링크(cuffs link)
영화 '오션스 트웰브'에 등장하는 브래드 피트는 실버 커프스 링크 하나만으로 멋쟁이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재킷 소매 위로 보이는 셔츠의 커프스 링크는 여유와 자신감을 상징한다. 이러한 장점을 아는 남자들이 늘어나면서 커프스 링크는 수트 액세서리 중 가장 사랑받는 아이템이 됐다. 하지만 커프스 링크는 혼자 착용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도와줄 사람이 없다면 까다로운 체인 형태는 무리다. 컬러로는 실버나 은은한 골드가 가장 무난하다. 아직 커프스 링크를 매치하는 게 서투르다면 기본적인 디자인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자주 착용하다보면 아이디어와 감각이 생겨난다.

#벨트
벨트는 타이에 비해 훨씬 자신의 개성을 나타내기 쉬운 액세서리다. 단 컬러는 수트와 구두에 맞춰야 한다. 수트와 구두가 검은색 인데 갈색 벨트를 한다면 상.하체가 끊어져 보인다. 수트에 매치하는 벨트의 컬러는 되도록 검은색이나 갈색이 좋다. 두께 역시 고려해야 할 사항. 다리가 길고 키가 크다면 벨트의 폭이 두꺼워도 상관없지만, 반대의 경우 두께가 얇은 벨트를 매야 보다 길어보이는 효과를 준다. 브랜드 로고가 지나치게 노출되는 벨트 버클은 수트와 어울리지 않는다. 주말, 캐주얼한 청바지와 함께 하길 바란다.

#양말
일반적으로 수트의 컬러에 맞춰 양말의 색을 맞추는 것이 좋다. 바짓단 아래로 유머나 위트를 가미하고 싶다면 영국의 디자이너 브랜드인 폴 스미스의 컬러풀한 양말도 신선해 보인다. 단 장난기 어린 캐릭터가 그려진 양말은 삼가는 것이 좋다. 발목 양말 역시 피해야 할 아이템. 자칫 맨발로 보여 격이 떨어질 수도 있고, 구두 밖으로 어정쩡하게 비어져 나온 모양이 보기에 좋지 않다. 종아리까지는 올라오는 양말이 앉은 자리에서도 망신스럽지 않다.

#가방
가방을 구입할 때 고려할 사항은 수트의 라인을 망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끈이 달린 배낭이나 크로스 백은 피하는 것이 좋다. 드라마 '마왕'에서 변호사로 등장하는 주지훈은 수트와 가방의 매치를 잘 보여주는 예다. 수트에는 손에 드는 가방이 최선이다. 클래식함을 원한다면 반듯한 브리프 케이스 스타일, 캐주얼한 느낌을 주고 싶다면 가죽이나 캔버스 소재 혹은 이 두 가지가 섞인 토트 백(손가방)이 좋다.

◇정윤기=패션 스타일리스트로 홍보대행사 '인트렌드'의 대표다. 방송과 강단, 패션쇼 현장을 종횡무진 활동하고 있으며, 김희애·수애·김민희·손예진·차승원·천정명 등 톱스타들이 그의 손을 거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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