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좌파' 루아얄 … 이미지 정치의 패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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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프랑스 대선에서 패배한 좌파 후보 세골렌 루아얄이 지지자들의 환호에 안타까운 표정으로 답례하고 있다. [파리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 최초 여성 대통령의 꿈은 날아갔다. 세골렌 루아얄 사회당 후보는 결국 졌다. 그는 지난해까지 여론조사에서 사르코지와 비슷한 지지율을 얻었지만 올 들어 잇따른 말실수에 전략 실패가 얹어지며 고배를 마셨다. 그의 실패는 이미지 정치의 한계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이미지 정치의 한계='예쁜 좌파'라는 별명을 얻었던 루아얄은 대부분의 여성 정치인과는 달리 자신의 외모와 여성이란 이미지를 한껏 강조하는 전략을 폈다. 절대 바지를 입지 않았고 높은 힐을 고집했다. 블로그와 인터넷 사이트도 활발히 이용했고, 젊은 층을 겨냥한 축제 같은 선거 운동도 폈다. 하지만 '이미지만으론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중동과 중국 방문에서 말실수를 거듭해 얼굴만 예쁜 정치인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프랑스에 핵잠수함이 몇 척인지도 몰라 자격을 의심받기도 했다.

그는 여성 득표에서도 사르코지에게 졌다. 1차 투표에서 여성 유권자의 32%가 사르코지를, 28%가 루아얄을 지지했다. 진보적 여성들은 여성임을 강조하는 루아얄에게 반감을 느꼈다. 대표적인 예가 미셸 알리오마리 국방장관이다. 그는 "우리는 치마를 갈아입는 것만큼이나 자주 생각을 바꾸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원하지 않는다"고 루아얄을 공격하기도 했다.

루아얄은 '이미지로 먹고산다'는 비난을 만회하고자 올 2월 100가지가 넘는 공약을 내놓았다. 하지만 구체적 재원 확보 계획도 없이 저소득층 지원을 대폭 늘리는 정책에 유권자들은 오히려 불안감을 느꼈다.

◆ 사회당 앞날 험난=프랑스 사회당은 당장 다음달 열리는 총선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실패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놓고 당이 사분오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루아얄의 대중적 인기 때문에 그의 후보 지명을 할 수 없이 받아들였던 사회당 원로들은 이제 루아얄을 대놓고 공격할 것으로 보인다. 동거남인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총재도 자리를 보전하기 힘들게 됐다고 프랑스 언론들은 분석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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