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증원” 캐스팅보트 굳히기/“원내투쟁” 독자행보 배경과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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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민자든 민주든 상황따라 공조상태 선택/“준법” 명분·거의 초선인 당내요구도 수렴
지방자치단체장선거를 둘러싸고 민자·민주당이 장외로까지 대립을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제3당인 국민당이 「28일 이전 등원」 방침을 강조해 정국전환의 돌파구가 열릴 것 같다.
김효영국민당사무총장은 13일 『여론과 법에 따라 28일 이전에는 등원해 원내투쟁하겠다』며 『민주당도 입장선회가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주영국민당대표도 15일 『등원한다』는 원칙을 확인했다.
국민당은 창당때부터 시종일관 「법을 지킨다」는 원칙을 강조함으로써 기성정치와 다른 새정치구현을 표방해왔다.
이같은 원칙에 따라 국민당은 1차적으로 법에 명시된 지방자치단체장선거를 연기한 정부·여당을 비판해왔다. 국민당은 「야권공조」를 선언하고 총무회담 등에서 민주당과 함께 선거연기의 탈법성을 부각시키며 여당 공조의 호흡은 같이해왔다.
국민당은 준법원칙의 일관성에 따라 『개원국회 역시 법대로 열려야한다』고 주장해왔다. 단체장선거 실시하는 준법을 주장하기 위해 「개원을 거부한다」는 또다른 탈법을 내건 민주당과 다른 점이다.
이같은 국민당의 자세는 「준법원칙의 일관성」이라는 명분외에 민자·민주 어느쪽과도 공조할 명분의 여지를 남김으로써 캐스팅보트의 입지를 확보하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 주말이후 국민당은 두가지 준법중 「단체장선거」 요구에 묻혀있던 「개원」을 조금씩 부각하기 시작했다. 단체장선거 공고시한인 12일을 넘김으로써 정부·여당의 탈법성을 기정사실화하는 일단의 성과를 거둔뒤 두번째 준법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개원은 국민당내부의 요구이기도 하다. 대부분 초선인 소속의원들은 조속한 개원을 요구해왔으며 중앙당입장에서도 개원을 통해 흐트러진 내부 전열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정 대표로부터 협상의 책임을 일임받고 있는 김정남총무는 15일 아침 이철민주당총무의 전화연락을 받고 「공조」를 재확인해주었다. 그러면서도 김 총무는 『고민이 많다. 여당에서 먼저 변화를 보여야 한다』고 말함으로써 「등원선행조건」이라는 모양갖추기를 염려했다. 김 총무는 또 민주당의 공청회 등 장외공세에 대해 『어디까지나 정치력으로 해결해야지 밖으로 나간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며 「공조」의 한계를 분명히했다.
김 총무는 이미 지난주부터 민자당 김용태총무와 막후접촉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 결과는 17일 국민당 4역의 민자당 예방을 거쳐 20일 전후로 예정된 임시당무회의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민자당 역시 국민당의 자세변화에 호응하고 있다. 총선직후만해도 당내 다수의견이 『국민당 와해가 대선승리의 최대과제』라는 입장이었으나 최근 국민당과의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현실론이 우세하다.
민자당은 이에 따라 김영삼대표와 비밀리에 만난뒤 국민당을 탈당한 조윤형의원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이미 공표했다. 민자당은 또 국민당과의 총무접촉을 계속하는 한편 국민당의 자세전환에 명분을 줄 수 있는 카드마련을 고민중이라는 관측이다.
곤궁해진 쪽은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단체장선거연기가 명백한 탈법인만큼 「정부·여당의 관권선거의도」로 몰아붙이며 여당흠집내기를 계속해야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단체장선거 실시시한인 6월을 넘기고 7월 개원까지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국민당이 지금까지의 공조와 달리 「준법」을 내세우며 민자당과 나란히 등원할 경우 민주당은 「국회법을 지키지 않는다」는 비난을 혼자 뒤집어쓸 수 밖에 없게된다. 탈법을 규탄하는 민주당의 정당한 행위가 오히려 탈법의 낙인을 받게되면 정부·여당의 탈법성이 상쇄될 수 있으며 대권가도 초반의 공세주도권마저 잃어버릴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 역시 국민당의 등원입장이 구체화되면 적당한 명분을 찾아 준법 개원의 길을 따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아직 야당이 법을 어기지 않으면서 여당을 공격할 시간적 여유는 있다. 개원 법정시한인 28일까지는 2주일이 남아있다. 어차피 3당의 최종목표가 「대권」인만큼 유리한 대권 경선고지확보를 위해 두 야당은 여당후보공략의 공동전선을 최대한 활용하리라는 것이 민의와 무관한 정치현실이다.<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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