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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소리 듣던 타격 천재, 이제는 “와~”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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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호 17면

천재는 야유를 즐긴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 A로드(앨릭스 로드리게스ㆍ뉴욕 양키스). 그도 그랬다. 단, 지난해까지.]

2004년 양키스에 입단한 뒤 A로드는 뉴욕 극성 팬들의 등쌀에 시달려왔다. 그는 지난 3년간 평균 40홈런, 119타점, 타율 2할9푼9리를 기록했다. 결코 비난받을 성적이 아니다. 사실 A로드는 팀을 옮겨 원정경기에 나설 때마다 상대팀 관중의 야유를 받았다. 그의 얼굴이 그려진 가짜 화폐가 날아다니고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우~” 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러나 양키스에서는 홈구장에서마저 야유를 받았다.

A로드에 대한 비난은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절정을 달렸다. 가을 잔치에서 14타수 1안타에 12개의 삼진으로 죽을 쒔기 때문이다. 팬들은 “뉴욕을 떠나라”고 야유했다. A로드도 팬들의 비난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상황은 악화됐고, 동료와의 대화도 줄었다. 하지만 올해 A로드는 달라졌다. 그의 타격코치는 “A로드가 평정심을 찾았다”고 말했다.

뉴욕 지역신문 뉴스데이와의 인터뷰 한 토막. A로드는 “나는 디트로이트와의 디비전시리즈에서 정말 너무 못했다. 그리고 그걸 인정하지 않았다. 타순이 8번으로 떨어졌을 때는 당연히 창피했다”고 말했다. 잘못에 대한 인정, 이것은 A로드에게서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자신의 야구에 결점이란 있을 수 없다는 A로드의 태도는 때로 혐오감을 샀고 동료와 언론의 비난을 받아 왔다.

A로드는 오랜 친구 데릭 지터와의 불편한 관계도 인정했다. 2001년 남성잡지 에스콰이어와의 인터뷰에서 A로드가 지터의 실력을 폄하한 뒤 둘 사이가 악화됐다. 모두 그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 A로드는 “우리 우정은 변함없다”고 우기다 만인의 비웃음을 샀다. 그런데 올 들어 A로드의 태도가 바뀌었다. 디트로이트로 팀을 옮긴 옛 동료 게리 셰필드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두고 봐라. A로드는 올해 최고의 성적을 거둘 것이다. A로드는 모든 동료에게 지터와의 사이가 좋지 않았음을 솔직히 고백했다. 이건 그가 마음의 평화를 찾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A로드는 이제 ‘지터냐, A로드냐’ ‘누가 1등이고 누가 더 스타냐’ 같은 문제에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A로드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일찌감치 마이애미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 체중 감량을 시작했다. 무려 12파운드를 줄였다. 체지방 비율도 18%에서 10%로 확 줄였다. 케빈 롱 양키스 타격코치는 올 시즌 A로드의 폭발적인 타격 상승세에 대해 “A로드는 체중이 줄면서 민첩성을 회복했고 스윙이 빨라졌다. 따라서 투수의 공을 좀 더 오래 보고 안타를 칠 수 있게 됐다”고 진단했다.

A로드는 메이저리그 개막 첫 달인 4월 한 달 동안 홈런 14개를 쳐 4월 최다 홈런 타이 기록을 세웠다. 홈런ㆍ득점ㆍ총누타수ㆍ장타율 등에서 모두 선두를 달리고 있다. A로드의 4월 성적은 단순한 기술적 변화로 설명할 수 없다.

변화의 비결은 그의 말 속에 숨어 있다.

“마음이 안정되면 몸이 안정된다. 그리고 모든 걸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는 지금 정말 평화로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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