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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아버지 힘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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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가장의 권위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아이들과 친구처럼 지내고 싶은데 자꾸 멀어지네요."(nwle23)

"긴 대화는 포기했어요. 들어오면 아는 척이라도 하고 부르면 대답이라도 좀 해주면 좋겠습니다."(kjhkdo)

아버지의 한숨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서글픈 낀세대 4050 아버지들'(본지 5월 3일자 1, 12면) 기사가 나간 뒤 인터넷에선 공감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딱 내 이야기'라며 자신의 처지를 털어놓는 고백에서 '여태껏 고생했는데 정말 억울하다'는 반박까지 아버지들의 가슴에서 쌓인 섭섭함이 쏟아져 나왔다. "지금 처지를 생각하면 내가 그동안 지급한 대가가 너무 큰 것 아니냐"(lzzy2003)는 자조적인 반응도 있었다.

아버지들은 어느 날 눈을 뜨니 '낀 세대'가 되어 있었다고 말한다. 권위를 중시하는 가정에서 자랐는데 정작 자신의 아내와 아이들은 '가장의 권위'를 비난한다는 것이다.

취재 중 만난 한 가장은 "어릴 적 아버지와 놀아본 기억이 없어 그저 열심히 사는 게 교육인 줄 알았다"며 "다 큰 아들이 '나에게 해준 게 뭐가 있느냐'고 따질 때는 가슴이 먹먹했다"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아버지는 "먹여살리려니 가정적이지 못한 것인데 이젠 회사에도 집에도 내 자리가 없다"며 씁쓸해 했다.

그러나 가족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우리 아버지를 보는 것 같다"는 안타까운 시선도 있었지만 "스스로 자초한 것 아니냐"는 싸늘한 반응도 있었다. 그들은 가족과 사회 양쪽에서 어느 곳에도 설 곳이 없는 아버지에게 '알아서 잘 찾아오라'고 말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문제는 결국 가족의 문제다. 아버지가 소외될 때 가족도 온전할 수 없다. 그들도 변하고 싶지만 도움이 필요하다. 이호준 한국청소년상담원 교수는 "좋은 아버지 역할을 배울 기회가 없었다는 걸 이해해 주자"고 말한다.

하이패밀리 송길원 대표도 "가족이 아버지를 감싸안아야 아버지도 가부장의 단점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들을 비난하기 전에 손을 내밀어야 하는 이유다.

김은하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