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정동영·김근태 탈당한다고 책임 못 면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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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열린우리당 당의장을 지낸 정동영.김근태씨가 당 사수파를 비난하고 탈당.당해체를 주장하는 것은 패륜(悖倫)정치다. 두 사람은 노무현 대통령과 당의 혜택을 입었다. 쌍두마차 대선주자였으므로 대통령과 당의 지원으로 각각 통일부.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다. 덕분에 두 사람은 정치적 위상을 높일 수 있었다. 이런 은혜를 그들은 배반으로 갚고 있다.

책임론도 그렇다. 노 대통령의 부실과 실정이 1차로 당에 깊은 상처를 주었지만 두 사람의 책임도 적지 않다. 정씨는 지난해 5.31 지방선거 직전 수개월간 당의장을 맡았다. 당이 벼랑에서 떨어지고 있을 때 그가 자신을 던진 적이 있는가. 자신의 대선행보를 위해선 민심대장정이란 '고생'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당의 선거를 위해선 석고대죄의 가시밭길 모습을 보인 것이라도 있는가.

김근태씨도 마찬가지다. 당내 재야그룹의 리더였다. 열린우리당이 민심을 잃은 것은 민생.실용에는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보안법폐지.사학법개정 등 허망한 개혁 소동을 벌였기 때문이다. 김씨가 그토록 애용하는 '평화개혁세력' 의원들이 그 잘못된 소동에 상당 부분 기여했다. 김씨는 북한 핵실험 후 개성공단에 가서 춤을 추는 경박한 언행을 보이기도 했는데 이런 것도 당의 위상에 상처를 주었을 것이다. 그런 그가 누구에게 화살을 쏘는가.

열린우리당을 고수하려는 노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말이 아니다. 그는 당연히 다음 대선에서 손을 떼야 한다. 그러나 당의 운명을 논하자면, 지지율이 형편없지만 그래도 당을 사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옳다. 그것이 책임정치요, 명분정치다. 부도를 냈으면 임직원들은 임금이라도 반납하면서 밤새워 일해 다시 회사를 살릴 궁리를 해야 한다. 부도를 낸 사람들이 그런 노력도 없이 망한 회사 버리고 새 회사를 차린다고 하면 누가 믿겠는가. 열린우리당의 실패에 대해 두 사람은 응분의 책임부터 져라. 대선을 위해 신당을 만들어야겠다면 부도난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정동영.김근태씨는 빠져야 한다. 앞서 탈당한 이들도 역시 실패한 국정에 먼저 책임을 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