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러」투자 장기적 안목 필요|하바로프스크 주지사 고문된 세주상사 권복인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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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현재 러시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곧 눈부신 발돋움을 할 것입니다. 다만 시기가 언제냐를 파악하는 게 중요할 뿐입니다. 일본이 본격적으로 러시아로 진출하기 전에 우리가 발붙일 곳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런 의욕을 갖고 러시아로의 진출을 열심히 모색했던 한 중소기업경영인 권복인씨(42·세주상사 대표)가 러시아 극동지역의 중심주 하바로프스크의 주지사고문으로 임명돼 한-하바로프스크간 경제 교류확대를 위해 발벗고 나섰다.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지난 2월 하바로프스크 이샤이예프 주지사(45)의 대한 경제협력 및 홍보고문으로 임명된 그는 『발전 가능성이 큰 나라일수록 인맥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씨가 러시아와 관계를 맺은 것은 3년 전인 89년. 연세대 정법대를 졸업하고 대우실업·선경 등에서 해외시장개척 프로젝트 등의 일을 9년간 맡아오다 86년 수출입업체인 세주상사, 89년 세주엔지니어링을 설립한 그는 『이제 유일하게 남은 시장은 미개발지인 소련뿐』이라는 생각으로 특히 수산 및 비철금속 자원이 풍부한 극동지역의 중심지인 하바로프스크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이 주는 러시아 부존자원의 60%를 가지고 있으며 부근에 위치한 캄차카 지역은 세계 3대어장의 하나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러시아 극동지역이 앞으로 한국의 유일한 자원조달처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는 그는 하바로프스크를 공략대상으로 삼았다고 말한다.
「비즈니스의 성패는 사람에 달려있다」고 생각한 그는 하바로프스크시장 등 현지의 유력자들과 열심히 접촉했으며 이런 인적 관계가 바탕이 돼 새로 부임한 이샤이예프 주지사와의 교류도 원만하게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한국에 관심이 많은 주지사는 기존 한국정부나 정부 산하 기관들과의 접촉이 다분히 피상적이었다고 생각하고 「뜻이 통한다」고 느낀 권씨에게 양국간의 실질적인 무역증대를 위해 힘써줄 것을 당부하면서 주지사 고문 역할을 맡겼다는 것.
그간 20여 차례 러시아를 드나든 그는 주 청사건물에 자신의 사무실(405호)을 갖고 있으며 그곳에 체류할 수 있도록 사택·식비·자동차 등을 지원 받고 있다. 주지사가 제의한 급료는 사양했다고 말한다.
3명의 주지사 고문 중 한 사람인 그가 현재 추진중인 사업은 양국의 사업가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정보처리센터를 하바로프스크시 중앙에 있는 사회 과학 대학 내에 설립하는 일이다.
현재로는 한국기업인이 러시아에 진출하려 해도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없는데다 투자보호법 등의 제도적 장치가 미흡해 좀처럼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주지사의 격려로 사할린·아무르·연해주 등 10개 주를 포함하는 극동지역의 정보를 총망라하기 위해 그곳의 각주 정부·연구기관·사업체 등이 대거 참여하는 정보수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권씨는 대 러시아투자에 관심이 있는 한국기업들도 정보수집업무에 참여해줄 것을 바라고있다.
하바로프스크와 근교 블라디보스토크 등의 항구를 사용해야 하는 중앙아시아지역의 공화국들도 이미 함께 협력할 것을 제의해 왔다고 그는 전한다.
권씨는 한국의 문화를 소개할 수 있도록 하는 코리아센터의 부지도 시에서 마련해 줘 조만간 이 센터도 설립하게 된다.
한달의 반은 러시아에서 살고 있는 그는『금년 들어 대 러시아 관계가 약간 소강상태에 들어섰으나 러시아 시장을 단기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며 일관성 있는 장기정책을 갖고 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고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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