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듀 2003] 미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6면

올 미술계는 돈에 목마른 한 해를 보냈다. 경기 침체의 여파가 미술시장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고, 외부 지원에 매달려온 사립미술관은 문을 닫거나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마음을 졸였다.

하반기 들어 14년을 끌며 시행일을 늦춰온 '미술품 양도차익 종합소득세 과세'가 2천만원이 넘는 작고작가의 작품에 한해 양도차익의 1%를 내야 한다는 선에서 국회 재경위를 통과하자 10여 개 미술단체가 한 목소리로'미술문화의 암흑기'를 외친 것은 이 위기감의 한 표현이었다.

*** 미술관 제자리찾기 논쟁

이런 소용돌이 속에 딱딱하게 굳어 있는 미술 판을 새로 짜자는 움직임이 거세졌다. 공공미술관이 제 구실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미술문화 행정의 전문성을 살리려는 대안이 구체화됐다. 김윤수 신임 국립현대미술관장은 학예연구직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젊은 작가와 평론가를 중심으로 한 '미술인 회의'가 미술계 체질 개선을 내걸고 활동을 시작했다.

포럼A.무대뽀 게시판 등 온라인 공간을 무대로 벌어진 뜨거운 논쟁이 미술계 전반을 두드리며 토론의 물꼬를 텄다. 미술관 문화를 바꿔보겠다고 나선 '자립형 미술관 네트워크(자미넷)'도 정책토론회를 여는 등 발걸음이 빨라졌다.

*** 아시아 미술 연대展 늘어

제50회 베니스 비엔날레와 제1회 베이징비엔날레 등 국제적인 미술행사에 우리 작가들이 대거 참여해 한.중.일 동북아 미술의 중심축으로서 한국 미술의 힘을 드러낸 것은 큰 수확이었다. 특히 아시아 미술의 연대를 위한 다양한 기획전이 늘어나면서 서양미술이 휩쓸었던 20세기 미술을 돌아보고 동양미술 또는 한국미술이 가야할 길을 모색하는 작가군이 떠올랐다.

학연과 인맥을 좇던 미술계 흐름이 해외 유학파와 이른바 비주류 학교의 다양한 작가 양성으로 두터워진 것이 올 미술 동네의 특징이었다. 동인전보다는 전시 조직자(큐레이터)들이 이끄는 기획전이 많아지면서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일회성 작품 제작 경향이 나타났다. 유행처럼 번지던 설치미술 열기가 주춤하면서 상대적으로 평면 작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나 사진과 비디오 등 역사가 짧은 매체를 중요 장르로 자리매김하는 전시는 오히려 주목받았다.

*** 공공건물에 디자인 바람

백남준미술관 국제설계경기.해인사 문화도량 설계공모 등 건축계의 공모전 열기, 파주출판문화도시.헤이리 아트밸리 등 건축문화 예술운동, 동사무소.고속도로 휴게소.공원.도서관 등 공공건물에 분 디자인 붐 등 건축에 대한 관심이 크게 확대된 것은 삶의 질을 높이려는 한국인의 욕구를 반영했다.

정재숙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