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한의사협·치과협 압수수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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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의정(醫政) 커넥션' 의혹과 관련, 대한의사협회 외에 한의사와 치과의사 단체도 정치권에 로비를 벌인 단서가 포착돼 검찰이 전면 수사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는 2일 대한한의사협회와 대한치과의사협회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검사와 수사관 등 10여 명은 이들 협회에서 회계장부와 정치인에 대한 후원금 납부 내역 등 상자 열 개 분량의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5일 의사협회를 압수수색했다.

박철준 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장동익 의사협회장의 횡령 사건과 관련해 다른 협회도 (횡령과 정치권 로비 등을) 살펴볼 필요가 생겼다"고 말했다. 검찰은 한의사협회.치과의사협회 임직원 등 관계자 일부를 출국금지하고, 이들 협회의 연간 운영비 규모와 자금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이번 압수수색은 노무현 대통령이 1일 국무회의에서 "특별한 힘을 가진 집단에 대해 더 철저히 수사하라"고 말한 뒤 이뤄진 것이어서 주목된다.

◆ 3개 의료단체가 공동대응=검찰은 의사협회.한의사협회.치과의사협회가 지난해 국세청이 추진한 '연말정산 간소화' 방침에 반발해 국회의원 등 정치권 인사에게 금품로비를 벌인 의혹을 밝히는 데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앞서 장동익 의사협회장은 3월 말 의사협회 전국 대의원회의에서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연말정산 대체법안을 만들기로 해 1000만원을 줬다"고 발언한 녹취록이 최근 공개됐었다.

연말정산 간소화는 국민들의 세금환급을 돕기 위해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의료기관의 진료 내역을 한 번에 확인하게 한 것으로 지난해 국세청 고시규정에 의해 시범 실시됐다. 그러나 의료단체들은 "환자의 치료기록 등 개인정보 유출이 우려된다"며 반대했다.

또 장 회장과 엄종희 한의사협회장, 안성모 치과의사협회장은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정 의원을 직접 만난 사실도 드러났다. 이 자리에서 "정 의원에게 공청회를 열어 달라고 부탁했고, 연말정산 간소화 반대 법안 발의도 건의했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전했다.

검찰은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출받은 후원금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의사협회 임직원들이 일부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한의사나 치과의사 단체의 관계자들도 정치자금을 제공한 단서가 포착됐다고 한다. 현행 정치자금법상 단체는 후원금을 낼 수 없다.

정 의원 측은 "장 회장이 말한 1000만원은 의사협회 등 3개 의료단체 소속 회원들이 개인 자격으로 낸 돈"이라며 "후원금을 받을 때는 누가 어디 소속인지 알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 "의협 내부 문건에 '정 의원 지원용'이라고 나와 있는 1000만원은 3개 의료단체들이 연말정산 관련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외부용역을 준 것인데 잘못 기재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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