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모에 기술겸비 동남아누벼/사기도박파문일으킨 재일교포 나카지마여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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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30대 초반부터 「기술자」로 명성/속전속결로 돈챙겨 자취 감춰
거액사기도박판을 벌인 혐의로 검찰의 추적을 받고 있는 일본 국적의 재일교포 나카지마 요시에씨(47·여)는 동남아일대에서 명성을 떨쳐온 도박기술자로 알려져 있다.
동경·서울·홍콩·마카오 도박계에 손을 뻗치고 있는 그녀는 20대 초반부터 일본에서 카지노 딜러로 출발,도박계에서 잔뼈가 굵었다.
타고난 감각·소질을 지녀 15년전쯤인 30대 초반 시절부터 서울 등 동남아 일대를 드나들며 딜러 아닌 도박사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수준급의 한국어를 구사하는 나카지마씨는 국내에서 주로 워커힐호텔에 투숙해오며 이 호텔 카지노에서 과장 김모씨(50)를 알게돼 10여년간 「거래」 해왔으며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김송호씨(38)도 김 과장으로부터 소개받았다.
40대 후반의 나이임에도 30세 전후로 보일만큼 빼어난 미모와 날씬한 몸매로 미인계도 구사하는 그녀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녀는 「해외출장」때 항상 여러명의 재일교포 남자를 대동하고 다니며 이번 사기도박판에서도 예외없이 이들과 「연합작전」을 폈다.
검찰은 나카지마씨가 도박판을 벌인 서울 서초동 우성아파트 내부가 카지노 시설을 방불케했다는 김씨의 진술에 따라 그녀가 국내에 별도의 상주 조직을 갖추고 있거나 적어도 국내도박계와 깊숙이 연계돼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나카지마씨는 불과 사흘간 5∼6시간동안 거액을 챙기는 속전속결작전을 썼으며 이를 위해 「단순하고 무식한」 「바카라」 게임을 동원했다.
검찰은 한차례 금액이 1억원에 이르는 도박 규모와 6백억원대의 학원건물을 가진 김씨가 어음까지 끊어줄 정도로 곤경에 빠진 점으로 미뤄 김씨의 진술과는 달리 엄청난 금액이 오갔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왕년의 주먹 윤모씨가 동원된 것은 나카지마씨의 무자비한 수법에 큰 타격을 입은 김씨의 자구책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나카지마씨는 김씨측이 『큰 돈을 잃어 부도가 날 것 같은데 이로 인해 구속될 경우 수사기관에 당신의 정체와 돈을 잃은 경위를 폭로하겠다』고 위협하자 『어음·수표만 둘려줄테니 없었던 일로 하자』며 후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나카지마씨는 파문이 확대될 것을 우려해 급히 출국했으며 계속 김씨 등에게 국제전화를 걸어 이상유무를 점검해왔다.
검찰은 나카지마씨에게 속아 피해를 본 사람이 상당수에 이르나 이들이 처벌·신분 노출을 우려해 입을 다물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나카지마씨가 국내조직을 점검하거나 또다른 「사업」을 위해 언젠가 잠입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최근 수년간 그녀가 접촉한 인물들을 상대로 광범위한 행적조사를 벌이는 중이다.<이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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