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기회 살리자”열기 가득/막오른 민주당 전당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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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관리능력”­“세대교체” 공방/최고위원 출마자들 “필승” 기염
25일 서울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시작된 민주당 전당대회는 대통령후보와 최고위원경선에 나선 후보들이 합동연설회를 통해 26일 투표에 대비,득표전을 벌였다.
출마자 모두 『민주당 집권의 가장 좋은 기회』임을 역설한데서도 드러났듯이 대회장분위기는 야당의 최근 어떤 모임보다 고조됐다.
○…이날 대회장은 오전 11시 출마자들의 합동연설회가 시작되면서 열기가 달아 올랐다.
김대중 후보는 「위대한 한민족시대를 열겠다」는 제목으로 「경제·통일대통령 대망론」을 펼쳤고 이기택후보는 「새정치와 개혁」을 내세워 지지를 호소했다. 김 후보는 『나는 30년 TK정권과 싸워 온 백전의 경험이 있어 승리할 수 있다』며 『40년간 「내가 여당이 되면 국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자세로 집·감옥·망명시절에도 연구해왔다』고 국정관리능력을 강조했다.
김 후보는 『노태우씨에게 굴복한 김영삼씨가 정권을 잡아선 안된다』고 강조한뒤 『대권후보중에는 경제문제의 나무만보는 사람이 있고(정주영국민당대표 지칭),나무도 숲도 못보는 사람(김영삼민자당대표 지칭)이 있으나 나는 나무와 숲 모두를 볼 수 있다』고 역설.
그는 『대통령이 되면 김일성주석과 대좌,대한민국을 해치는 야망을 제압할 수 있고 통일을 추진하겠다』며 『세계 8대강국 대열에 임기중 들도록 하겠다』고 청사진을 제시.
이기택후보는 『한글세대의 맏형으로 정치판 물갈이의 첫삽을 뜨겠다』고 세대교체론을 역설했다.
이 후보는 『정체된 정치판에 새 물꼬를 터 세대교체를 이룩할 수 있어야 한다』며 『김대중대표가 이제 야당의 훌륭한 지도자로 남기 바란다』고 양보를 요구했다.
이어 최고위원(8석)선거에 나선 14명의 출마자들이 10분씩 연설을 했으며,특히 9명의 신민계 후보들은 김대중대표를 대통령에 당선시킬 수 있는 적임자임을 역설했다.
이들은 「선명한 정치인·민주화 완성」(김영배) 「대국민 이미지개발·대선승리」(조세형) 「대선필승에 필요한 인물」(정대철) 「2천만 여성지지 끌어내겠다」(이우정) 「민주당집권의 선봉장」(김상현) 「여성정치 참여·대선필승」(박영숙) 「대선승리 위해 분골쇄신」(김원기) 「동서화합의 새기수」(박일) 「당집권의 초석」(박영록·이상 신민계 기호순)을 내걸었다.
민주계 출마자 5명도 「개혁정치의 기수」(이부영) 「당에 대한 헌신과 사랑」(장기욱) 「당내 민주화실현」(김정길) 「정직·인화」(조순형) 「야권통합신념으로 집권기여」(김현규·기호순)를 주장했다.
○…김­이 후보진영은 25일 전당대회장 현장유세 등을 통해 표를 다지고 이날 저녁에는 올림픽유스호스텔 등 대의원숙소를 돌며 마지막 득표전을 펼친다.
김 후보진영은 현 대의원 분포상(신민계 60%) 승리가 무난할 것으로 판단하면서도 만약의 상황을 염두에 둔듯 표점검에 열을 올렸고,2선에서 득표전을 지휘한 김 대표도 저녁에는 대의원 숙소를 순방.
김 후보측은 목표득표율과 관련,이 후보쪽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김영삼민자후보와 비교되는 점을 고려한 수치를 상정한듯 한데 『지역별로 고른 지지속에 70%가 될 것』이라고 전망.
이 후보는 전날 24일 오후 리베라호텔에서 대의원들을 그룹별로 만나 지지를 호소한데 이어 저녁에는 대의원숙소를 돌며 득표활동을 했는데 25일 밤에도 계속할 예정이다.
이 후보측은 내부목표인 40%를 넘기기 위해 막판 총력을 다하고 있는데 25일 현재 35%의 대의원을 확보한 것으로 자체분석.
○…이날 대회는 김대중·이기택공동대표가 오전 9시25분 손을 맞잡고 입장하자 대의원 4천여명 등 참석자 6천여명이 기립박수를 치면서 시작.
단상 중앙에는 두 대표와 최고위원 출마자 14명,라울 카잘 주한 외교사절단장(파라과이대사) 등 주한 외교사절 28명이 자리했다. 대회준비위는 당초 대학총장들에게 내빈축사를 부탁했으나 본인들이 고사해 불발했으며 빌리 브란트 전 서독총리와 에드워드 케네디미상원의원 등의 메시지는 예정대로 도착.
대회장 안팎에는 대통령 경선후보들과 최고위원 출마자들의 플래카드로 가득찼는데 김대중후보는 『경제대통령 통일대통령』,이기택후보는 『국민은 원한다,세대교체 도덕정치』 등을 내걸었다.
○…대외준비위는 이번 대회를 다소 화려하게 꾸미기 위해 행사기획회사인 서울커뮤니케이션에 1억1천4백만원의 경비를 지급,전체진행을 맡겼다.
이에 따라 무대진행을 연극연출가인 김상렬씨가 담당,식전행사로 약 20분간 사물놀이패의 풍물과 염광여상 관악대의 퍼레이드를 벌였으며 점심시간과 중간중간에 초청가수·현대무용·고전무용 등으로 분위기를 돋웠다. 또 무대좌우에 가로 3.38m,세로 2.52m짜리 멀티큐브를 1대씩 설치해 행사장면을 확대중계했다.
○…이기택후보 진영은 신민계의 강력한 항의에도 25일 오후 7시 63빌딩에서 민주계 대의원 전원이 참석하는 단합전야제를 강행키로 결정.
이 후보진영의 이같은 결정은 김 후보진영이 민주계 대의원들을 개별접촉함으로써 자파지분 40% 유지에 우려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박병석·박보균·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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