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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2.0 현장⑤ / 찾아가는 방송, 팟캐스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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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7호 09면

3월 23일 오전 8시. 출근길에 나선 마이크로소프트 조시 바너드(24)는 차 시동을 걸면서 MP3플레이어 아이팟(iPod)을 오디오에 연결해 재생목록을 확인한다. ‘부상 병사들의 존엄성에 대하여 07:45’라는 오디오 파일이 저장돼 있다. 자기 전 컴퓨터에 연결해뒀더니 자동으로 저장된 것이다.

누구나 앵커 되고 언제 어디서나 듣고 본다 #블로그에 음성·영상 파일 올리면 휴대기기로 다운로드… 힐러리·오바마까지 활용 나서

“여러분 안녕하세요. 2007년 3월 22일입니다. 너무 오랜만에 팟캐스트를 하죠?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다시 찾아뵙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오늘은 며칠 전 제가 방문했던 월터 리드 군 병원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보죠.”
라디오DJ가 진행하듯 편안하게 시사 현안을 술술 풀어내는 이 남자.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다.
 
유비쿼터스 선거운동 등장

팟캐스트가 미국 대선의 운동 방식을 바꾸고 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유비쿼터스 선거운동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 변화의 중심에 ‘팟캐스트(podcast)’가 있다. 오바마의 맞수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물론 부시 대통령도 팟캐스트 대열에 뛰어들었다. 매주 방송하는 대통령 주간 라디오 연설을 2005년 7월 팟캐스트로 내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팟캐스트는 미국 애플사의 MP3플레이어 ‘아이팟(iPod)’과 방송을 뜻하는 ‘브로드캐스트(broadcast)’의 합성어로 ‘찾아가는 라디오방송’을 일컫는다. 뉴 옥스퍼드 아메리칸 사전은 2005년 ‘올해의 단어’로 팟캐스트를 꼽고 다음해 사전에 담았다. 이 회사 수석 에디터 에린 매킨은 “2004년만 해도 친숙한 단어가 아니었지만 2005년엔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팟캐스트를 하려면 몇 단계 처리 과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오바마는 연설을 MP3 파일로 만들어 특수한 주소를 부여해 블로그에 올려야 한다. 바너드는 아이튠즈(iTunes)·아이포더(iPodder)·주스(Juice) 등의 특수 소프트웨어를 컴퓨터에 내려받아서 여기에다 오바마의 파일 주소를 붙여야 한다. 그러면 오바마의 블로그를 일일이 방문할 필요 없이 새 연설문을 내려받을 수 있다. 컴퓨터와 아이팟을 연결하면 자동적으로 저장된다.

팟캐스트의 매력은 쌍방향이라는 점이다. 누구나 방송 진행자가 돼 음악이나 시사해설 방송을 할 수 있다. 또 누구나 컴퓨터로 내려받을 수 있고 MP3로 휴대하면서 청취할 수 있다.
 
정치인에서 연예인·기업·언론사로 확산

팟캐스트가 인기를 얻자 여기에 정치인뿐만 아니라 연예인,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다. 미국 영화배우 패리스 힐튼(26)은 2005년 자신이 출연한 영화 ‘하우스 오브 왁스’ 개봉 전에 촬영 뒷이야기 등을 팟캐스트로 방송해 흥행에 큰 몫을 했다. 기업은 광고매체로 팟캐스트를 활용한다.

언론사들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영국의 과학전문잡지 네이처가 2005년 가장 먼저 시작했고 뉴욕 타임스와 영국의 가디언이 뒤따랐다. 뉴욕 타임스는 실시간 기사를 음성파일로 무료 제공하는 한편 타임셀렉트(timeselect) 팟캐스트라는 유료 서비스도 병행하고 있다. 한 달에 7.95달러(약 7500원)를 내면 칼럼과 1851년 이후의 모든 신문기사를 MP3로 들을 수 있다. 미국 방송사 FOX TV는 ‘24’ ‘프리즌 브레이크’ 같은 인기 드라마의 내용을 간추려 방송 전에 미리 공개한다.

팟캐스트는 이제 동영상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다. 누구나 앵커가 되어 영상뉴스를 방송하고, 원하는 사람은 휴대용 기기에 자동으로 다운로드해 시청한다. 이런 경향에 발맞춰 애플은 2006년 오디오보다 영상에 주력한 5.5세대 아이팟을 내놓았다.

국내는 아직 미미

국내에서는 수년 전부터 개인 블로거들이 해오던 인터넷 음악방송이 팟캐스트로 변신 중이다. 하지만 미국·유럽과 달리 그리 활발하지 않다. 미국이나 유럽은 다운로드 속도가 느린 모뎀 사용자가 많아 자연히 파일 크기가 작은 오디오 팟캐스트가 인기를 끈다. 반면 초고속 인터넷이 빠르게 보급된 한국에서는 굳이 오디오 형식의 팟캐스트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국내의 한 신문사가 2005년 9월 ‘오디오뉴스’라는 이름으로 팟캐스트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찾는 사람이 별로 없어 6개월이 채 못 돼 중단했다.

한국 최초의 팟캐스트 사이트 팟캐스트 인 코리아(www.podcast.co.kr)도 회원이 250여 명에 불과하다. 이 사이트 운영자인 김호근(30)씨는 “방송과 뉴미디어의 공세로 과거에 비해 입지가 좁아진 인쇄매체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광고 외에 수익을 낼 만한 모델이 없는 게 단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는 오디오 팟캐스트를 건너뛰고 동영상을 중심으로 한 멀티미디어 팟캐스트가 유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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