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휘의 강추! 이 무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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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호 21면

극단 사다리 움직임 연구소의‘휴먼 코메디’
5월 27일(일)까지
사다리아트센터 동그라미극장 문의: 1544-2972

‘인간은 자기의 성찰에 대한 깊은 생각과 고민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온갖 사물의 현상에 대한 감지와 반응을 즉각적으로 신체로 드러내고 표현함으로써 존재한다’. ‘휴먼 코메디’의 연출가 임도완씨의 말이다. ‘휴먼 코메디’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실로 온몸이 깨어 있다. 그들은 입술로만 연기하거나 머리로 감 잡아 움직이지 않는다. 아주 작은 움직임과 미묘한 표정 하나하나가 치밀하게 계산되어 있고 정확한 타이밍에 들어맞는다.
소박하지만 따뜻하고 가슴 뭉클한 삶의 순간들을 포착해낸 이 작품은 1999년부터 롱런하면서 많은 관객들로 하여금 배꼽 빠지게 웃다가 한순간 코끝이 시큰해지며 눈물을 떨어뜨리고 마는 민망한 경험을 하게 했다.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변함없이 깨어 있는 훌륭한 배우들에게 많은 박수를.

뮤지컬 ‘우모자’
4월 5일 (목) ~14일(토)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문의: 02-548-4480

‘음부베 음부베’를 반복하는 ‘더 라이언 슬립스 투나잇(The lion sleeps tonight)’을 만든 솔로몬 린다의 나라, 바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이다. 정글에서 막 뛰어나온 듯한 이들의 야성적인 춤과 노래, 천장을 무너뜨릴 것 같은 북소리는 ‘원초적인 흥분’ 그 자체다. 하지만 ‘시종일관 정글만 헤맬 건가?’ 생각하면 좀 지겨워진다. ‘우모자’의 재미는 그 다음이다. 광산 노동자들이 작업용 신발을 두드리며 춤춘 것에서 유래한 역동적인 검부츠 댄스, 합창 음악이 강한 남아공에서 특히 발전한 풍성한 화성의 가스펠, 아프리카 전통 음악과 서구 음악이 결합하면서 생겨난 타운십 자이브, 스윙재즈와 힙합, 그루브 리듬까지 근현대 남아공 사람들이 겪었던 역사가 담긴 노래와 춤의 성찬이 펼쳐진다. 우모자(Umoja)는 ‘함께하는 정신’이라는 뜻.

오마라 포르투온도 내한공연
5월 1일(화) 7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문의: 02-580-1400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에 대해서는 이제 그 명성에 대해서보다는 그 이름이 남긴 추억에 대해 이야기할 사람이 더 많을 것 같다. 부에나의 디바, 쿠바의 에디트 피아프, 오마라 포르투온도가 다시 서울에서 공연한다. 74세의 포르투온도에게 무대는 이전보다 많이 힘겨워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 노래의 힘은 가창력뿐만은 아니다. 포르투온도의 공연에 관객으로 앉으면 그녀가 나에게 말을 거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유쾌하고 여유 있는 성격, 어린아이 같은 눈망울을 가진 그녀는 진심으로 노래하고 진심으로 관객들을 바라본다. 동료들을 차례로 떠나 보낸 그녀가 이전보다 더 외로워 보일 듯하여 안타깝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에도 그녀의 노랫소리에 무거웠던 마음이 스르르 가벼워지지 않을까 싶다.

트레버 피노크와 유러피언 브란덴부르크 앙상블
4월 18일(수) 8시
LG아트센터 문의: 02-2005-0114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은 바로크 시대 음악에서 가장 ‘위대한’ 작품이라고 일컬어지는 곡이다. 아기의 지능발달을 위한 컴필레이션 음반에도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음악이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이 너무 익숙해서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듯이 이 음악 또한 귀에 익숙하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마음을 다해 들어본 적이 있을까? 몇 백 년 동안 잊혀지지 않고 위대한 음악으로 남아 있는 명작을, 이 음악의 최고 권위자라 일컬어지는 이의 연주로 한번 제대로 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영국 출신 원전 연주의 거장, 지휘자이자 하프시코드 연주자 트레버 피노크의 첫 내한 공연이다. 무표정하지만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 같은 악기, 그래서 더욱 신비한 매력을 가진 하프시코드가 빛나는 제5번만으로도 충분히 이 연주회에 가 볼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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